1%대 초저금리에 발행어음 주춤…사라진 사업 인가 매력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출범한지 내달 2년을 맞지만 당초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규제가 초대형 IB의 인가는 물론 실제 업무까지 제한하고 있어서다. 특히 저금리 추세 속 발행어음 표시이율 자체가 쪼그라든 점은 발행어음 수요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국내 발행어음 잔액은 이날 기준 약 11조원으로 집계됐다. 올 연말 예상 잔액은 11조원으로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초대형 IB 출범 당시 기대했던 2020년 발행어음 예상잔액은 32조원으로 아직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가 2016년 8월 발표한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갖춘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삼성·한국투자·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발행어음으로 자기자본의 두 배 이상 자금을 조달해 이 중 반 이상을 기업금융에 쓰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초대형 IB가 출범한지 2년을 목전에 둔 지금 발행어음 사업자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단 셋이다. 발행 잔액도 11조원대에 그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9월 말 6조2000억원으로 NH투자증권은 약 3조5000억원(22일 기준 원화 2조9840억원, 외화 4억2896만 달러), KB증권이 1조3500억원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아직까지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인가 신청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투자회사의 신규사업 인가가 늦어지지 않도록 심사 중단기간을 6개월로 정한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인가 심사 재개 가능성은 커졌지만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조사 결과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한 차례 인가 신청을 스스로 거둬들인 삼성증권은 당시 발생한 배당금 지급 오류 사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징계를 받은 가운데 2021년께 징계가 끝나야 초대형 IB 합류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 6600억원 유상증자 결정으로 6번째 초대형 IB 인가를 앞둔 신한금융투자는 내달 14일 3분기 보고서 제출 시기에 맞춰 초대형 IB 지정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를 포함한 초대형 IB들의 자본금 합계는 31조원 수준으로 발행어음 업무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대략 60조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발행어음 사업권 자체에 대한 증권업계 시각이 전과 달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저금리 기조 속 막상 자금이 들어와도 운용 수익을 높일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산적해 혁신기업에 투자해 모험자본을 육성하라는 정부 주문에 공감하기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발행어음 인가사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 인하 추세가 이어지는 속에서도 역마진을 감수하며 수신잔액을 늘리고 있지만 마땅한 운용처도 없고 상황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금융 대출이나, 부동산에 일부 투자하고 있으나 수신이 늘수록 오히려 고민이 커진다"며 "운용처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우량채권 5년물의 경우도 금리 수준이 1.4%대 수준이어서 역마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단위: 억원. 금융투자협회 및 각 사.
단위: 억원. 금융투자협회 및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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