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혁신·포용·공정·평화를 국정 목표로 삼을 것임을 밝혔다. '공정'을 유독 강조했다. '조국사태'를 거치며 우리 사회에 공정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하게 들었다"며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을 강하게 언급한 것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회에 공수처법 등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로 국정 방향을 국민의 대표들에게 제시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번 시정연설은 확장적 재정 집행의 불가피성을 들어 국회 협력만을 호소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 가져온 일자리 감소를 비롯한 수많은 부작용, 온갖 공을 들였지만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남북관계, 한일관계 악화와 그로 인한 한미동맹의 균열 우려, '조국사태'로 드러난 권력 핵심부에 대한 도덕적 불신과 좌우로 갈린 국민의 분열상 등 문 대통령은 그간 노정된 실패와 잘못에 대해 국민에게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문 대통령은 투자·생산·소비·수출의 마이너스 행렬에 디플레 경고등까지 켜진 우리 경제 실상에 비춰 당장 어떤 실행적 정책이 절실한데도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데이터3법,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벤처투자촉진법, 소상공인기본법 등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지만, 혁신경제의 전제 조건이 되는 노동개혁법안에 대해서는 노사정 논의로 미루고 외면했다. 반면, 남북 철도연결과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평화경제'를 추진하겠다고 또 밝혔다. 대북제재 아래서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북한은 들은척도 않고 있다. '공정'을 강조했음에도 문대통령은 왜 수많은 국민들이 생업을 제치고 광화문으로 뛰쳐나왔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었다. 국민 혈세 513조원을 쓰겠다면서 그간 실패로 드러난 국정의 기조는 그대로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국민은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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