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컨버전스
리처드 볼드윈 지음 / 엄창호 옮김
세종연구원 펴냄


서울 광화문 5성급 호텔 방을 필리핀 마닐라에 사는 가정부가 청소한다. 미국 댈러스 월마트의 보안은 콜롬비아 보고타의 보안요원이 담당한다.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만 지금도 가능하고 가까운 미래에는 보편화될 서비스다. 텔레로보틱스(telerobotics)라는 기술 덕분이다. 텔레로보틱스는 원격에서 로봇을 작동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이미 원격수술은 도입된 지 꽤 됐다.

저자는 인류사를 3개의 세계화로 구분한다. 1차 세계화는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상품 이동이 자유로워진 18세기 이후 20세기 후반까지 시대이고, 2차 세계화는 정보통신기술(ICT)로 지식의 이동비용이 크게 낮아진 20세기 후반 이후 시대다. 이제 3차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그것은 사람의 이동비용이 낮아진 데서 촉발됐다. 저자는 세계화가 세 가지 형태의 '분리 비용' 즉, 무역비용 통신비용 대면접촉비용을 낮추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흥미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첫 번째 세계화는 상품의 이동비용을 낮춘 것이고, 두 번째 세계화는 지식의 이동비용을 급락시켰다. 세 번째 극복의 대상은 사람의 이동인데, 벌써 그 비용 절감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바로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와 텔레로보틱스라는 기술 덕택이다. 세 번째 세계화에서는 노동서비스가 노동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된다.

텔레로보틱스의 고도화는 개발도상국 노동자가 선진국에 남아있는 공장의 업무를 자기 나라에서 재택근무하는 형태를 일반화시킬 것이다. 마찬가지로 텔레프레즌스는 지식의 전달에서 대면접촉의 벽을 무너뜨려 소통을 더 촉진할 것이다. 책은 세계화가 작동하는 기제를 분리비용의 극복이라는 독특한 시각으로 분석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통찰을 키워준다. 저자 리처드 볼드윈은 런던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GIIS) 국제경제학 교수로 있다. 저서로 '글로보틱스 격변' '경제지리학과 공공정책' 등이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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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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