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에도 분열된 민심은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조국 정국을 겪으며 저마다 분노에 찬 시민들은 이제 정치권으로 칼날을 겨누는 모습을 보였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첫 주말인 1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두 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광화문에서는 조 전 장관 의혹과 관련해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집회가, 여의도에서는 검찰개혁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집회가 각각 열렸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광화문에서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당은 조 전 장관 사태는 물론, 경제·외교·안보 분야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개혁할 것은 검찰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라며 "경제만 망가뜨렸을 뿐만 아니라 안보도 다 무너뜨리고 있다. 정말 목불인견"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특히 공수처 설치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황 대표는 "(정부여당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장악한 데 이어 입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선거법 개정안을 올려놨다"며 "이는 삼권분립이 무너지느냐 지켜지느냐, 민주주의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대통령 마음대로, 입맛대로 하는 검찰청과 사찰기구 만드는 것"이라며 "자기편들은 있는 죄도 꽁꽁 덮어버리는 '은폐청'이고, 남의 편은 없는 죄도 만드는 '공포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는 이날 국회의사당 정문 맞은편에서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제10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촛불집회는 지난주까지 서초동에서 열렸지만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여의도 국회 앞으로 옮겨갔다. 이를 두고 시민연대 측은 검찰개혁의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국회 앞에서는 시민연대 집회와 반대 성격인 맞불 집회도 열렸다. 자유연대를 비롯한 반(反) 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등은 이날 국회대로 부근 금산빌딩 앞에서 '애국함성문화제'를 열고 '문재인 탄핵', '조국 구속', '정경심 구속' 등을 외쳤다.
보수·진보 진영의 집회가 모두 국회 앞에서 열린 것으로, 검찰을 겨눴던 여론의 칼날이 정치권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국 사태로 인한 극한 대립 속 정치는 실종되고 세 대결 싸움만 남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를 고려하면 이날 국회 앞 집회는 조국 사태를 넘어서 정치권을 향한 시민들의 실망감 표출이자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그러나 여야의 신경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0일 논평을 내고 "한국당은 또다시 동원 집회를 강행해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한국당의 반대는 개혁에 대한 저항이요, 국민 명령에 대한 불복"이라고 질타했다. 반대로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지금 정부여당의 눈에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보이지 않는가"라며 "(광화문 집회는) '진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진짜 민생'을 살피고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제10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법안 통과 등을 촉구하는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