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원인 지목 '배터리 자체결함'
해외선 현재 화재 한 건도 없어
논란이후 신규수주 절반수준 뚝
3분기 실적 비관적 전망도 한몫

배터리업계, ESS 화재 고강도 대책
수천억 ESS 대책 왜 내놓았나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 규명과 관계 없이 선제적인 화재 방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자칫 국내 ESS 생태계가 무너저 글로벌 성장 시장을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2년여 간 연이어 발생한 ESS 설비의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은 14일 일제히 ESS 추가 화재 방지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조사에서 배터리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수천억원 단위의 대규모 대책을 내놓은 사례는 극히 보기 힘들다.

실제로 삼성SDI는 ESS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최대 2000억원의 비용을 자체 부담하겠다고 했다. LG화학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1000억원 안팎의 비용을 자체 책정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구체적인 안전 강화 방안도 내놓았다. 삼성SDI는 자사 ESS에 '특수 소화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첨단 약품과 신개념 열확산 차단재로 구성한 특수 소화시스템은 특정 셀에서 발화해도 바로 소화하고, 인근 셀로 확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삼성SDI는 설명했다. 이달 초부터 신규 ESS에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해 출시하고, 이미 설치·운영 중인 국내 1000여개 ESS에는 삼성SDI가 비용을 부담해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지난 1년여간 국내 전 사이트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존 안전 대책(충격 감지 센서 등)도 관련 비용을 전부 자체 부담해 이달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LG화학 역시 '조건부 리콜'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LG화학은 화재 확산 위험성을 차단하는 제품을 개발, 조만간 출시한다. 선제적인 조치로 중국 난징 공장에서 2017년 생산된 배터리를 포함한 ESS 시스템의 경우 70%로 제한 가동하고, 이에 따른 손실비용을 자사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아울러 연내에 정밀 분석을 통해 앞선 화재들의 원인을 규명하고,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더라도 제품 교체를 포함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2017년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면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8월부터 1년9개월 간 ESS 설비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 23건 중 14건은 배터리 제조사가 LG화학, 9건이 삼성SDI다. 지난 6월 정부·민간 합동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발생한 추가 화재 3건 중 2건은 LG화학, 1건은 삼성SDI 배터리다.

현재까지 이들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가 결함이라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사위를 꾸려 6월 발표할 당시 구체적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배터리 보호 시스템 및 운영 환경 관리 미흡 등이 복합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삼성SDI와 LG화학 입장에서는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판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 추궁을 당하다 보니 억울한 입장인 셈이다. 특히 두 회사 모두 같은 배터리를 출하했는데 국내에서만 화재가 잇따르고, 같은 배터리를 쓰는 해외 ESS에서는 화재가 현재까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화재 원인을 배터리 자체 결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ESS에는 배터리, 전력변환장치(PCS) 등 여러 장치가 있는데 화재 원인이 특정 장치인지, 시공·관리 부실 등 외부적 요인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해외는 설치·운영과 법규 등이 국내보다 철저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히 원인 규명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니 추가 화재가 잇따르며 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게 이번 추가 대책이 나온 결정적 배경이 됐다. 이번달 말 발표될 LG화학과 삼성SDI 3분기 실적에 대해 증권업계는 ESS 악재를 주 이유로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ESS 화재 논란이 불거진 후 두 회사의 ESS 신규 수주도 이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SS 신시장이 제대로 커지기도 전에 화재 논란으로 산업 자체가 위축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배터리 업체들에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SNE리서치는 세계 ESS용 리튬이온전지 시장이 전년보다 38%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6GWh에서 올해 16GWh 수준으로 증가하는 수준이다. 오는 2025년에는 86.9GWh까지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도 내놓았다.

세계 시장은 급성장하는데 정작 '배터리 코리아'는 화재 논란에 발목이 잡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이 같은 논란의 불똥이 자칫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까지 번질 경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잇단 사고로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양사 경영진의 우려도 이번 결단에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임영호 삼성SDI 부사장은 "기존 대책으로 앞선 화재와 같은 유형의 화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으나 시장과 사회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 불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고민을 해왔다"며 "책임 소재와 별개로 위기에 직면한 ESS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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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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