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국민적 분노가 촉발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더 이상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조 장관은 사인(私人)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우리 사회에 잠재됐던 심각한 문제들을 노정시켰다. 작게 보면 문재인 대통령 인사난맥상의 한 단면으로 보이지만, 한 꺼풀 걷어내면 국민의 의사는 안중에 없다는 권력의 오만한 태도가 백일하에 노출된 사건이다. 그가 내정된 후 속속 드러나는 각양각색 수많은 비리, 불법 혐의는 국민들이 고개를 돌리게 했다.

다행이나 국민 분열 등 후유증 깊어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와 운영에 대한 의혹에서부터 다른사람 몫을 가로챈 그의 자녀들의 대학과 대학원 진학에 동원된 각종 인턴증명서와 표창장의 허위 의혹, 가족이 운영하는 사학재단을 둘러싼 사기소송 의혹, 위장전입, 가족의 위장이혼 의혹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비리와 불법 혐의가 드러났다. 더군다나 조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이 사회주의자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그의 말을 듣고 그가 헌법을 지키는 법무장관이 된다는 것은 도둑에게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했다.

국민의 화를 더 부추긴 것은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태도였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집권세력은 대통령의 공직자 임면권을 침해한다며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수사"를 말하며 공개적으로 검찰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이란 명분으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라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검찰의 수사가 조국 장관으로 조여오자 급기야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을 통해 수사 지휘권을 가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주지하다시피 검찰이 내놓은 공개소환과 심야조사 금지 등의 첫 수혜자는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씨였다.

조국사태는 文정권 내로남불 결정판

이런 와중에 조국 장관은 두 차례에 걸쳐 검찰개혁방안을 내놓았다. 검찰 수사 피의자로서 검찰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당사자가 검찰개혁 방안을 내놓는 이 기막힌 상황에서 국민들이 일어선 것이 바로 지난 3일과 9일의 광화문 집회였다.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꽉 들어찬 국민들이 외친 것은 '조국 구속'과 '문재인 하야'였다. 임기 절반도 안 된 정권에 대해 수도 도심지에서 국민이 하야할 것을 요구하는 함성은 우리 헌정사에 일찍이 보지 못한 장면이다. 그 반대편에서는 서초동에서 친정권 세력이 "조국수호"와 "내가 조국이다"라고 외치는 집회를 열었다. 국민이 둘로 쪼개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이번 '조국 사태'를 대하며 문재인 정권과 그 호위세력의 정체를 여실히 알게 됐다. 서초동 집회에 나온 다수 국민들은 순수하게 검찰개혁을 외쳤겠지만, 더러는 진영논리에 빠져 허위와 거짓을 구분 못하는 '탈진실' '탈도덕'을 보여줬다.

여야, 국민 진정 무서워할 줄 알아야

왜 수많은 청년 학생들이 대학로 집회에서 "조국 사태의 본질은 진영이 아니라 진실과 허위의 문제"라고 외쳤겠는가. 입만 열면 공정을 외치는 집권세력이 조국 가족의 불공정에 대해서는 눈감고 옹호하는 것을 청년들이 더 참지 못하고 일어선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취임 이후 연신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도 한국당의 지지율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가 '참과 거짓'에 대한 분별력의 문맹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집권세력의 편가르기, 내로남불 행태도 문제지만,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자유민주 보수진영이 그동안 책임 있는 시민의식의 함양과 축적을 등한히 하고 기득권에 안주한 탓도 크다. 조국사태를 진정한 민의(民意)와 정의(正義)를 바로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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