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헬릭스미스 실패 여파
위험 부담 최소화 '필수' 여건
AI 신약개발 플랫폼 잇단 투자

지난 9월 2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일반교육과정'에서 수강생들이  주철휘 부센터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지난 9월 2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일반교육과정'에서 수강생들이 주철휘 부센터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 국내 바이오기업의 임상 실패 소식이 이어지면서, 임상 실패율을 줄여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일 방안 중 하나로 AI(인공지능) 신약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개발사들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에 투자하거나 공동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등 AI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러 후보물질에서 신약 한개가 나오는 데 10년 이상 걸리고, 개발 성공률은 약 1만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AI 모델을 활용한 신약개발 공동연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제약업계에서는 AI 신약 개발업체를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AI 기반 우수 신약후보물질·약물 치료효과 예측 기술을 개발 중인 신테카바이오가 대표적이다.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항암효과 예측모델을 자체 개발한 이 기업은 유한양행과 항암 활성물질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6월에 신테카바이오가 진행한 197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참여해 50억원어치(16만9520주)를 인수하기도 했다. 신테카바이오에 대한 유한양행의 지분율은 2.9%다.

JW중외제약도 신테카바이오 '개인 유전체 맵 플랫폼'(PMAP)의 약물 반응성 예측기술을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인 바이오마커 발굴에 나섰다. 이 회사는 신경계 질환 치료를 위한 재생의학 분야와 현재 개발·판매 중인 의약품의 적응증을 확장하기 위한 연구에도 신테카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CJ헬스케어도 신테카바이오와 공동연구를 통해 도출한 유효물질에서 'CJ-17080'이라는 화합물을 발굴했다. CJ헬스케어와 신테카바이오는 면역항암 동물 모델에서 이 화합물의 우수한 약효를 확인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연내 코스닥에 입성하는 것을 목표로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에이조스바이오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2016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처음으로 분사한 바이오기업인 웰마커바이오는 최근 에이조스바이오와 혁신형 항암제 공동 연구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웰마커바이오는 자사가 보유한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에이조스바이오의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상업화할 계획이다.

웰마커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의 표적항암제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로 치료되지 않는 대장암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내년 임상 1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에이조스바이오(구 메디코젬)는 저분자화합물 신약물질을 탐색을 위한 AI 모델, 신약화합물 최적화 모델 등 저분자화합물 신약 개발에 활용할 4개의 플랫폼을 보유 중이다.

AI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3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AI 신약개발지원센터를 공동 설립했다. 이후 국내 제약사의 현실에 맞는 AI 기술도입을 위해 후보 물질 발굴·약물 최적화를 목적으로 국내 대형 제약사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애자일(Agile) 방법론을 통해 AI 신약개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센터는 AI 알고리즘·소프웨어 아키텍쳐 개발, IT기업인 3BIGS는 약물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 구축, 대형 제약사는 약물개발 노하우와 관련 데이터·전문가 제공 등을 맡았다. 센터는 AI 활용 신약개발 전문가 양성 교육 과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AI 신약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업계 체감도가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제약사들이 AI 신기술을 접할 기회가 없거나 접근방법을 몰라 AI 신약개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국내 현실이다. 제약사들이 AI 신약개발을 도입·평가하거나 활용·탐색하는 안목을 높이고, 제약사 연구자들과 AI 전문가들이 좀 더 협업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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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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