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위탁생산 종료 '일감절벽'
年 30만대 생산 능력 갖췄지만
인력·물량 감축… 노조는 반대
마땅한 대안없이 갈등만 커져



설자리 잃은 외국계 자동차 3社의 현주소
<중> 생사기로에 선 르노삼성 부산공장


르노삼성자동차는 연간 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부산공장을 100% 가동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그나마 지난 2017년 공장 가동률이 사상 최대치를 찍을 수 있었던 배경은 2012년부터 닛산으로부터 위탁생산했던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로그 덕분이다. 그해 수출한 차량 10대 중 약 7대가 로그였다.

올해로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지만, 이를 대체할 차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수출의 70%에 달하는 물량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르노삼성도 이를 의식한 듯 인력감축에 나섰지만, 노동조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당장 내놓을 신차도 없어 보릿고개를 넘는 동안 노사 '파열음'은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그 공백 어찌할꼬=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대다. 지난 2000년 출범한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생산한 시기는 2017년 27만6808대다. 그해 르노삼성이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생산한 전체 차량에서 차지한 비중도 6.73%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의 생산 증가를 이끌었던 일등 공신은 로그였다. 2017년 수출물량(16만7026대) 중 로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69.89%(12만3203대)에 달했다. 2017년 르노삼성이 수출한 차량 10대 중 약 7대가 로그인 셈이다.

로그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당시 한국을 방문한 당시 곤 회장이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수출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약속했다. 르노삼성은 이를 회생의 기반으로 삼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9월부로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종료되지만, 여전히 로그의 비중은 상당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전체 수출차량(6만9511대) 가운데 75.51%(5만2486대)를 차지했다. 다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물량이 36.2% 빠졌다. 사측이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노사는 헛바퀴만=현재까지 르노삼성이 배정받은 국내 생산 신차는 내년 1분기 중 출시 예정인 르노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XM3' 물량이다. 현재로선 내수시장 물량만 확보했기 때문에 수출 물량을 따내는 게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국내 물량을 포함, 유럽 수출 물량을 더할 경우 8만대 수준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8만대로는 기존 로그의 공백을 100% 대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 수출 물량을 따내 생산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지는 만큼 1년이라는 시간을 기존 제품군만으로 버텨야 한다. 결국 르노삼성은 이달 초 부산공장 시간당 생산량을 기존 60대에서 45대로 줄이는 생산물량 조절에 돌입했다. 생산직 직원 1800여 명이 오전, 오후 2개조로 나눠 일평균 960대까지 생산했던 물량을 720대로 줄이는 방식이다.

노동조합은 곧바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번 물량 감축이 업무 강도를 높여 희망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는 또다시 매년 진행하는 임금과 단체협약의 걸림돌이 됐다.

르노삼성 노사는 작년 임단협을 1년이 지난 올해서야 매듭지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가장 늦었다. 그만큼 올해 임단협 시작도 늦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국산차 업계는 르노삼성과 한국GM(지엠)이 유일하다.

김양혁기자 mj@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