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이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국내 영화는 물론 미국 할리우드 영화 모두 여성 인물 캐릭터를 편향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KAIST는 이병주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2017∼201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와 국내 영화 40편을 컴퓨터 비전 기술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 성별 간 캐릭터가 편향적으로 묘사된 사실이 정량적으로 밝혀졌다고 14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의 성별 묘사 편향성은 '벡델 테스트'를 통해 평가하고 있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 여성 만화가인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개념으로,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하고, 그 여성들이 대화를 서로 나누면서 대화 주제가 남성 캐릭터와 관련 없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 대사만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시각적 묘사를 반영할 수 없고, 남성 캐릭터와의 차이를 알 수 없는 한편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커 정확한 분석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24프레임 영화를 3프레임으로 줄여 MS사의 얼굴 감지 기술로 영화 캐릭터 젠더, 감정, 나이, 위치 등을 확인하고, 사물 감지 기술로 영화에 등장한 사물 종류와 위치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감정적 다양성, 공간적 역동성, 평균 연령, 지적 이미지 등 8가지 지표를 제시한 후, 영화 속 여성 캐릭터 편향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감정적 다양성 지표에서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에 비해 더 획일화된 감정표현을 보였다. 특히 여성은 슬픔, 공포 등 수동적 감정이 더 표현된 반면 남성 캐릭터는 분노, 싫음 등 능동적 표현이 더 많았다.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 지표는 여성 캐릭터가 자동차와 함께 나오는 비율이 남성 캐릭터에 비해 55.7% 밖에 되지 않은 데 반해, 가구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123.9%에 달했다. 두 지표는 한국 영화에서 더 두드러지게 관찰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시간적 점유도는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에 비해 56% 가량 적었으며, 평균 연령은 79.1%로 어리게 나왔다.
이병주 KAIST 교수는 "영화 소재와 연출 방식이 사람들의 성(姓)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부족한 현실"이라며 "영화 내 묘사가 관객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 영화 제작에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다음달 11일 열리는 소셜 컴퓨팅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컴퓨터 기반 협업 및 소셜 컴퓨팅 학회(CSCW)'에 발표될 예정이며, 장지윤·이상윤 석사과정이 연구를 주도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이병주 KAIST 교수 연구팀이 영화 속 남성, 여성 캐릭터 성별 간 묘사의 편향성을 컴퓨터 비전 기술 기반의 8가지 지표를 토대로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KAIS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