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멕시코 대사관 국감서 집중 거론
여야의원들 "업무개선 방안 찾아야"
양모 씨 "당시 대사관 영사가 살인자
도움 전혀 못받아…가족 인생 망가져"



멕시코 교도소에서 한 한국인 여성(사건 당시 39세)에게 1154일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올해 3월 멕시코에서 풀려난 양모 씨(사진) 사건이 9일(현지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멕시코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다시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멕시코 법원은 구속 과정에서의 적법성에 문제를 제기한 양씨 측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이며 3년 2개월 만인 올해 3월 석방됐다.

양씨는 그동안의 억울한 사연을 지난 2일 외교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한 바 있다. 양씨는 이날 이임걸 당시 주멕시코 경찰 영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 전 영사가 살인자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양씨는 2016년 1월 노래방을 운영하는 동생을 만나기 위해 멕시코를 방문했다.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양씨가 동생을 위해 노래방 카운터 업무를 잠시 도와주던 중 멕시코 검찰이 노래방을 덮쳤다. 이후 '인신매매'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올해 3월까지 현지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양씨는 검찰에 체포된 직후 주멕시코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모 당시 경찰 영사로부터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해당 영사가 면회를 와서 '스페인어 배워서 좋지요'라며 미소 짓던 얼굴과 수갑을 찬 저를 두고 멕시코 검찰 직원과 농담하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며 "이 자리에 서기까지 너무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죽을 때까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지옥 같았던 1154일을 돌이켜야 하는 게 두려웠고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인 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할지조차 의문인 상황에서 또다시 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웠다"며 "이 전 영사가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닌 우리 가족 모두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양씨는 "저는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국가뿐"이라며 "이제라도 잘못된 일들을 낱낱이 파헤쳐서 바로잡아달라. 더는 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저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지옥에서 지금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일 열린 주멕시코 대사관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양씨의 구속과 이후 수사, 재판 과정에서 영사 조력 업무가 적절했는지, 양씨가 주장한 대로 이 전 영사가 양씨의 옥살이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살폈다.

국감 현장엔 양씨가 체포된 주점 업주의 형인 이모 씨와 초기부터 사건을 취재한 동포언론인 임모 씨가 참고인으로 나왔다. 이 전 영사를 비롯해 사건 당시 근무한 외교관은 현재 멕시코에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 주점 업주 측 참고인 이씨는 "양씨가 3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결정적인 원인이 대사관 직원에게 있느냐고 보느냐"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임씨는 "멕시코 법원은 양씨 구속에 일부 피해자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영사 조력에 순간적인 착오나 언어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영사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의원들은 또 다른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객관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영사 업무 개선 방안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누구도 억울하지 않도록 한 사람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전달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 전 영사는 초동 대응이 잘못됐다 싶으면 그 이후로도 바로잡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죄인이든 아니든 우리 국민이 타국 법정에서 절차에 입각해 인권침해 없이 재판을 받았느냐를 따지는 것"이라며 "영사가 제 역할을 했는지 살펴 두 번 다시 피해자를 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상일 주멕시코 대사는 "대사관과 주재국 경찰, 한인사회의 시민경찰대가 삼자 네트워크를 구축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교민 보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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