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 차장
안경애 ICT과학부 차장
안경애 ICT과학부 차장
50대 중반의 S씨는 늦깎이 창업가다. 5년 전까지 그는 소위 잘 나가는 IT 영업맨이었다. 20년 넘게 두 곳의 대기업을 다니면서 영업왕으로 불렸다. 거액의 수주 인센티브를 받기도 하고, 1000억원 규모 사업을 수주한 후에는 회사가 보내주는 해외 MBA(경영전문대학원)도 다녀왔다. 그런 그는 5년 전 헬스케어와 IT 융합의 파괴력에 주목하고 지천명의 나이에 창업에 도전했다. 사업모델은 한국형 의료체계와 IT를 결합한 스마트헬스 시스템 수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강한 두 영역을 결합해 자신의 '영업 DNA'를 글로벌에서 펼쳐 보겠다는 각오였다.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엔 거대한 목표지만 그는 쉼 없이 달렸다. 의료체계 혁신을 고민하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와 건강보험 심사평가시스템, 국민 건강검진체계를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제도는 세계적으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빠른 고령화 속에 의료 재정부담이 커지자 각국 정부는 한국의 의료체계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2개 국가에 공을 들였지만 사업화가 무산되고, 세 번째로 문을 두드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빠른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 2년간 논의 끝에 최근 사우디 보건부 고위 관계자들이 방한해 한국의 의료현장을 둘러보고 한국형 건강검진제도를 도입하고 싶다는 제의를 해왔다. 내년에 3개 국가 건강검진센터를 구축해 시범 운영한 후 전국 20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자체 의료산업 생태계가 부족한 사우디에 S씨는 한국의 의료인력과 서비스, 의료기기, IT기술을 패키지로 수출할 계획이다. 대기업도 힘들 일을 작은 스타트업이 해낸 것은 50대 창업자의 경험 덕분이다. 수주산업에서 20년 이상 몸담으면서 수요자의 필요와 시장의 해법을 연결하는 데 탁월했던 실력은 글로벌에서도 통했다. S씨는 "사우디 측의 의지가 강한 만큼 정부와 공조해 인력·장비·IT 수출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의 K씨는 2017년 세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을 불과 2년 만에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대표적 규제산업인 보험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빠르게 자리 잡은 것은 보험과 IT, 기업경영의 실력자들이 손을 잡은 덕분이다. 경영의 달인인 경영컨설턴트 출신 K씨와 보험산업 전문가, e커머스 기업 출신 IT전문가가 함께 창업했다.회사는 IT를 활용해 보험상품 기획부터 구성, 판매방식까지 바꿨다. 연 1만대 초반의 운전자보험, 몇 천원 짜리 낚시보험, 장마보험, 운동보험 등 저렴한 단기 미니보험들을 내놨다. 또 사람 대신 인터넷과 SNS를 판매 무대로 활용, 보험에 관심이 없던 20~30대를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수천 만명이 모이는 메신저 플랫폼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해 이용자들이 커피 기프티콘을 선물하듯 보험을 선물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재조합해 묶음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K씨는 "보험사들 간의 강력한 카르텔을 깨고 이런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40대의 경험과 네트워크 덕분"이라면서 "특히 금융분야는 20대가 공부해서 창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법제도 때문에 해외 진출이 힘든 보험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인슈어테크 기업을 세울 계획이다.

이들 창업가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정부가 '창업국가'를 내세우면서 정작 40대를 비롯한 '장년창업' 지원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청년창업에 온갖 지원이 몰리지만 40세가 되는 순간 온갖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창업 리스크를 고스란히 개인이 져야 하는 것. 40대는 경험과 네트워크 덕분에 실수가 적고 사업은 더 크게 만들 확률이 높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해지면 더 많은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다. 결국 국내 산업생태계가 더 탄탄해질 수 있다.

창업에 나이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 장년창업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책을 보완해 더 많은 창업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서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게 정부와 사회가 힘을 보태야 한다. 경험과 네트워크를 무기로 20대보다 더 큰 꿈을 꾸며 '우공이산'의 노력을 이어가는 늦깎이 창업가들을 응원한다.

안경애 ICT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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