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를 맞아 한푼이라도 이자를 더 받기 위해 고위험 고수익 금융상품에 여유자금을 맡긴 투자자들이 최근 예측치 못한 금융시장 상황 변동으로 원금의 상당 부분을 까먹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 투자자 피해를 초래한 금융 상품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F(금리연계파생결합상품)이다.
지난 9월 19일 만기가 도래한 우리은행 판매 DLF는 손실률이 원금의 60%로 확정되었고 9월 26일 만기가 도래한 DLF 48건(86억원)은 사실상 전액 손실이 확정되었다. 이 상품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금리 하락폭과 무관하게 보장해주는 쿠폰 금리 6.4%와 선취운용 수수료 반환분 0.9%를 감안하더라도 실제 손실률이 98%로 192만원만 건지게 되는 셈이다. KEB 하나은행에서 판매된 DLF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원금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DLF 판매 상품에 대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커져 사회문제화되자 금융당국에서도 금융회사에 대한 전면적인 검사에 착수했다. 해당 상품의 설계와 운용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판매과정에 불완전 판매는 없었는지, 금융회사 내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리스크 관리나 내부통제는 적절했는지 등이 주요 검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투자자들의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에 대비해 피해사례 수집을 위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이번 DLF 투자 피해 사례와 관련해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해보자. 첫째, 환율, 금리, 주가와 연계된 파생결합상품 판매로 인한 투자자 집단피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에게 피해를 안긴 환율연계 파생상품인 키코도 이번에 문제된 DLF와 비슷한 구조로 설계된 상품이다. 이처럼 최근 10년간 발생한 집단적인 투자 피해 사례는 대부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 상품 판매에서 발생했다.
둘째, 이런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금융당국은 고위험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예방을 위한 장치를 대폭 강화했다. 상품 가입 시 작성 서류가 두 배 이상 많아졌고 원본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계약 서류상 내용을 '보고 이해했다'고 자필로 직접 작성해서 서명날인토록 했다. 또한 은행창구에서 가입서류 작성 후에는 본사 콜센터로부터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받으셨냐"는 녹취전화(해피콜)까지 받게 된다. 이처럼 이중 삼중의 불완전판매 예방장치가 강화된 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을 보면 이런 류의 예방강화 장치가 판매직원이나 고객 모두에게 형식적 절차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명확한 원인과 책임 규명은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밝혀지겠지만 문제의 본질은 판매직원의 전문성이나 고객 보호에 대한 직업윤리의식, 그리고 고객의 금융지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금리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수백 배 손실이 나는 구조라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했다면 투자를 망설였을 고객들도 많았을 것이다.
셋째, 이번 DLF 투자자 피해 건은 국감에서도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국회에서 성급한 여론몰이 식 규제 강화나 손해배상책임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번 DLF 투자자 피해 발생은 일부 은행에 국한되고 있어 금리·주가·환율에 연계된 파생결합상품 판매 허용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불완전 판매나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 등에 대해서는 적절한 책임추궁과 제도 보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금융소비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매번 투자자 피해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국회나 금융 당국이 투자자 피해 보상을 금융회사에 압박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번에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대다수 은행 PB 창구를 통해 1인당 평균 1억~2억원을 투자한 경우로 서민금융 피해자로 보긴 어렵다. 과거 주식시장 폭락 시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지만 지금은 투자자 책임 관행이 어느 정도 정립되었다.
고위험 고수익 상품은 이름 그대로 수익도 크지만 위험도 크다. 정부가 나서서 과도하게 배상에 개입하게 되면 투자자 책임 원칙이 정립되기 어렵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오히려 필요한 부분은 이번 DLF건 보다는 불법사 금융피해, 보이스피싱과 같은 서민들의 금융피해 사례다. 피해 건수나 금액면에서도 DLF 건보다 월등히 크다. 서민경제가 어려워질수록 피해사례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당국은 물론 범정부 차원의 대책 추친이 가장 필요한 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