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발생 지역인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인천 강화를 기점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 지난 2일과 3일 경기 북부 지역인 파주와 김포에서 ASF 4건이 추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일제 소독 등 방역을 강화해 ASF의 확산 조짐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돼지 농장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의 한 돼지 농장에서 각각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확진 사례는 모두 13건으로 늘어났다. 파주 문산읍 돼지 농장에서는 농장주가 어미돼지 4마리가 식욕 부진 증상을 보여 파주시에 신고했다. 이 농장에선 돼지 2300여마리를 기르고 있으며, 반경 3㎞ 내 다른 농장은 없다. 김포 통진읍 농가에서는 농장주가 비육돈(고기를 얻기 위해 살이 찌도록 기른 돼지) 4마리가 폐사해 김포시에 신고했다. 이 농장은 2800여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반경 3㎞ 내에 이 농장을 포함, 모두 9곳에 2만4515마리의 돼지가 있다.
이날 오전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방역상황 점검 회의에서 태풍이 몰고 온 비가 그치는 즉시 일제 소독을 지시하면서 "태풍 미탁으로 소독 효과가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더 긴장감을 갖고 방역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이 보유한 소독 차량, 광역방제기 등 가능한 장비가 모두 동원되며, 북한 접경지역의 하천 주변과 인근 도로는 군이 제독 차량을 이용해 소독한다. 중점관리지역인 경기도, 강원도, 인천시 지역에 대해 일시 이동중지 기간인 4일 오전 3시30분까지 모든 방역 조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내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의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야생 멧돼지가 북한에서 넘어와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환경부 측은 "북한 유입 하천수 조사를 비롯해 멧돼지 폐사체 예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ASF 발생 농장 현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로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살처분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