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단지가 애물단지로…커가는 '채권폭탄' 우려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국내 채권금리가 한달여 새 20% 넘게 오르면서 212조원 가량의 채권을 보유한 국내 증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채권금리 상승은 곧 채권값 하락을 의미하는데, 보유채권 손실이 커지면 자본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미·중 무역협상 기대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후퇴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약세가 지속한 영향으로 올들어 10조원 넘게 몸집을 키운 국내 공모 채권형펀드의 '쪽박'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일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1.303%, 1.497%에 거래를 마쳤다. 올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8월19일(3년물 1.093%), 16일(10년물 1.172%)과 비교하면 각각 19.2%, 27.7%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서 10월 채권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전달보다도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채권업계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10월 채권시장지표(BMSI)' 결과를 보면 금리전망 BMSI는 116.0으로 금리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전월대비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랠리를 마친 채권금리가 한동안 상승 추이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증권사 등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보유채권 평가이익에서 손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반등에 증권사 채권평가 이익이 줄었다"며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이 지난달에만 각각 10bp(1bp=0.01%포인트) 넘게 상승해 7월 이후 낙폭을 상당부분 회복한 영향이라고 봤다. 그는 "생명보험사들의 초장기채 매입 수요 둔화와 10월 기준금리 인하 후 추가 인하 가능성 약화 등에 금리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6월 말 기준 증권사는 총 자산의 43.2%를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12조원이다. 특히 10조원 넘는 운용북을 가진 대형증권사들의 고민이 커졌다. 장기물 채권 비중이 높은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증권사들의 보유채권의 경우 당기손익인식채권인 만큼 손실 규모가 클 수밖에 없어서다. 올 상반기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증시 급락에 따른 손실을 채권시장 강세로 만회했던 것과 대비된다. 하반기에도 금리 하방 여력이 높아지면서 증권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던 만큼 증권사들은 채권비중 확대를 이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매도 가능 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의 경우 손익계산서에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실상 채권폭탄을 안은 셈"이라며 "10조원 이상 채권을 보유한 증권사들은 대규모 평가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펀드에도 투자 경보가 켜진 만큼 적지 않은 '개미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채권형펀드 총 설정액은 33조6923억원으로 연초부터 들어온 자금만 10조9132억원에 달한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시장에 대거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업계는 채권형펀드 덩치가 커진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채권값 하락이 이어진 최근 한 달 채권형펀드에서는 0.28%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7.73% 성과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