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역대 최악
가계빚은 사상 최대치 경신
돼지열병에 내수도 얼음장
"정부, 현장 이해 노력 필요"


실체 드러낸 'R의 공포'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1일 발간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분기 보고서에서 이같이 수정 전망했다. S&P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6%에서 2.1%로 0.5%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우리 경기 지표들이 여름 장마비처럼 떨어지고 있다.

S&P는 "미중 무역분쟁뿐 아니라 일본과 갈등 심화, 중국의 성장둔화가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며 "경기 전망에 대한 가계와 기업의 확신이 크게 줄면서 지출 감소로 이어졌고 동시에 수출 성장도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설비 투자가 올 상반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해 특히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S&P는 지난 7월 초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내린 바 있다.

S&P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현 1.50%에서 추가로 내려 올 연말 기준금리가 1.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S&P는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0.7%, 내년은 1.2%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한·중·일 3개국이 설립한 거시경제 조사기구(AMRO)가 진단한 결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1%, 내년엔 2.2%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4~2.5%)와는 격차가 큰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우리 경제의 허리를 맡고 있는 30·40대 취업자는 전년 동월대비 각각 9000명, 12만7000명 감소했다. 이 기간 구직단념자 역시 54만2000명으로 1999년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217만3000명으로 지난해 8월(182만4000명)대비 19.1%(34만9000명)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상위 500위 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작년보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하는 기업은 17.5%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중은 33.6%에 달했다.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실물경기 지표 역시 곳곳에 불안 요소가 즐비해 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99.5로 전월대비 0.2%포인트 반등했지만 가까운 장래의 경기 흐름을 시사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3으로 0.1%포인트 하락해 지난 5월 이후 넉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뿐만이 아니다. 7월 기준 통계청의 경기순환시계 현황을 보면 10대 지표 가운데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건설기성액, 취업자 수,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 기대지수 등 6개 지표가 '하강'에 위치해 있다. '상승' 국면에 있는 지표는 찾을 수 없으며 광공업생산지수, 설비투자지수, 수출액, 수입액 등 4개 지표는 '회복' 국면에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설비투자지수, 수출액, 수입액은 회복 면에 있어도 '추세선'을 밑돌고 있어 반등을 기대하긴 아직 어렵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불안 요소는 가계 빚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556조 1000억원으로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실제 가계부채 증가는 경기침체에 더 민감하게 작용한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데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아 실질적 빚의 무게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실장은 "가계 빚은 매년 늘고 있는데 민간 주도의 고용시장은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최근 아프리카 돼지 열병 등으로 내수마저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지표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를 정부가 이해하는 노력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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