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올해 강하고 복합적인 외부 불안요인들로 인해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한·중·일 3개국이 설립한 거시경제 조사기구(AMRO)가 진단한 결과다. AMRO는 그러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1%, 내년엔 2.2%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민간 연구기관에서 제시한 전망치와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4~2.5%)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부와 민간에서 느끼는 경기 체감온도가 다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체감 온도 격차가 성장률 전망치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 온도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오히려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물론 정부의 주장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실물 경기 지표는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이후 5개월 만에 나타난 '트리플 상승세'다. 고용동향 수치도 소폭 올랐다.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수는 전년동월 대비 45만2000명 증가해 2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1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61.4%로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실업자도 전년 동월대비 27만5000명 감소한 8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왜곡된 고용시장의 취약점이 드러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용시장의 경우 정부의 세금 지원으로 만들어진 노인 단기일자리 비중이 과도하고 높은 상황이다. 실제 증가한 취업자 45만2000명 중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은 무려 87%(39만1000명)에 달했다. 반대로 우리 경제의 허리를 맡고 있는 30·40대 취업자는 전년 동월대비 각각 9000명, 12만7000명 감소했다. 이 기간 구직단념자 역시 54만2000명으로 1999년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217만3000명으로 지난해 8월(182만4000명)대비 19.1%(34만9000명)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상위 500위 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작년보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하는 기업은 17.5%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중은 33.6%에 달했다.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실물경기 지표 역시 곳곳에 불안 요소가 즐비해 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99.5로 전월대비 0.2%포인트 반등했지만 가까운 장래의 경기 흐름을 시사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3으로 0.1%포인트 하락해 지난 5월 이후 넉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뿐만이 아니다. 7월 기준 통계청의 경기순환시계 현황을 보면 10대 지표 가운데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건설기성액, 취업자 수,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 기대지수 등 6개 지표가 '하강'에 위치해 있다. '상승' 국면에 있는 지표는 찾을 수 없으며 광공업생산지수, 설비투자지수, 수출액, 수입액 등 4개 지표는 '회복' 국면에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설비투자지수, 수출액, 수입액은 회복 면에 있어도 '추세선'을 밑돌고 있어 반등을 기대하긴 아직 어렵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불안 요소는 가계 빚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556조 1000억원으로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실제 가계부채 증가는 경기침체에 더 민감하게 작용한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데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아 실질적 빚의 무게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실장은 "가계 빚은 매년 늘고 있는데 민간 주도의 고용시장은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최근 아프리카 돼지 열병 등으로 내수마저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지표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를 정부가 이해하는 노력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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