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반도체 한계 극복 'EUV' 삼성 등 반도체기업 도입 속도 불량 줄이는 '펠리클' 기술이전 글로벌기업과 기술경쟁력 대등 "시장에서 끝까지 승부 보겠다"
안진호 한양대 교수(재료공학과)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노광공정용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안진호 교수 제공
연구사업화 현장을 가다 <2> EUV 포토마스크 기술 사업화 나선 안진호 한양대 교수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소재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은 초라하다. 대일 수입 비중이 91%에 이르고 국내 등록특허의 64%가 일본 기술이다.
기존 ArF(불화아르곤) 빛보다 훨씬 세밀한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차세대 기술인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영역도 일본에 한참 뒤져 있다. 그러나 이미 세력구도가 굳어진 기존 시장보다는 승부를 할 만한 여지가 있다. 삼성전자가 EUV 리소그래피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공장에 대규모 투자하는 등 국내·외 기업들의 수요가 명확해 시장성도 뛰어나다.
안진호 한양대 교수(재료공학과)는 EUV 리소그래피 한 길 연구를 통해 국내 기업에 미래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그는 EUV 리소그래피 연구에 20년 이상 매달려온 국내 대표 전문가다. 일본 수출 규제품목인 포토레지스트와 세트로 작동하는 포토마스크가 전문 분야다.
최근 방문한 안진호 교수 연구실에서는 연구원들이 반도체 공장을 방불케 하는 복잡한 연구장비 앞에서 실험에 매진하고 있었다. 안 교수는 EUV 포토마스크용 펠리클 기술을 개발해 국내 기업인 에스앤에스텍에 이전한 후 사업화를 돕고 있다. 펠리클은 반도체 회로를 기판에 새기는 과정에서 회로 설계도 원판인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덮개다. 포토마스크의 설계도를 웨이퍼로 옮기기 위해 빛을 쪼이는 과정에 미세한 먼지라도 끼면 반도체 불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정 중 포토마스크를 덮어놓는 투명하고 얇은 막이다.
안 교수는 "펠리클은 포토마스크를 보호해 공정 중 발생하는 각종 오염원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성과 수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막아주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질화실리콘(SiN) 단일 박막을 이용한 펠리클 박막 기술을 개발했다. 또 펠리클 소재와 물질 특성을 이용한 펠리클 제작공정 방법에 대해 특허를 확보했다. 에스앤에스텍은 기술에 대한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제 산업현장에 쓰이는 크기의 실리콘질화막 펠리클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UV용 포토마스크는 양산 이전임에도 일본 기업들이 100% 장악하고 있지만 비교적 최근에 이슈로 떠오른 펠리클 분야는 다르다. 아직 세계적으로 양산을 결정한 기업이 없고, 안진호 교수와 에스앤에스텍의 기술이 세계 선두권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안 교수는 상용화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연구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인 '중대형복합기술 사업화 지원사업'을 3년간 지원받아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 교수는 "제조가 매우 힘든 소재로, 기존에 주로 연구돼온 실리콘 기반 EUV 펠리클은 기계적·열적 특성 한계 때문에 양산에 한계가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구조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양산 기술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이 EUV 반도체 양산을 속속 추진하는 상황에서 펠리클 조기 상용화는 전체 업계의 과제로 떠올랐다.
안 교수는 "새로운 콘셉트의 소재다 보니 기술요구가 시시각각 바뀌고 있어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산업계가 원하는 크기로 만든 회사는 네덜란드 ASML과 에스앤에스텍, 벨기에 아이맥연구소 정도로, 투과도 등 기술 수준에서 우리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SML을 기술 수준 100으로 했을 때 에스앤에스텍의 수준은 90% 정도로, 반도체 소재 중 국내 기업이 이 정도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시험용 EUV 펠리클은 장당 1억원을 호가한다. EUV 포토마스크가 장당 8억원 정도에 팔리는 만큼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펠리클도 상용화 시 장당 2000만~3000만원 정도 가격이 예상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포토마스크보다는 비교적 적은 투자로 국내 기업이 승부할 만한 시장이란 판단이다.
안 교수는 "상용화 과정에서 핵심은 수요 기업과 연계하고 기술평가를 받는 것인데,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평가 표준도 설비도 갖춰져 있지 않아 설비 설계·제작도 직접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시절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EUV에 뛰어들어 산업화를 위한 싹을 틔웠다면 지금은 산업화를 위해 기업과 호흡을 맞추는 단계"라면서 "공대 교수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공과 명예는 개발한 기술이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는 것인 만큼 시장에서 끝까지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