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SG 채권(지속가능채권) 발행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민연금 등 '큰 손'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가 늘자 최근에는 발행주체가 정부에서 카드사까지 다양해진 영향이 크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6년 1조8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ESG 채권 발행물량이 9월 26일 현재 12조원을 넘어서는 등 3년 만에 11배 이상 급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ESG 채권 주체인 장학재단 등의 경우 앞으로 모든 채권을 ESG로 발행한다고 하는 등 시장에서 'ESG'를 달지 않고는 발행이 안 될 것이란 얘기가 돌 정도로 ESG 채권은 시장의 큰 축이 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에는 발행규모 20조원 돌파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흐름과 정부 지침에 발맞춰 국민연금 등 투자기관 요구가 커진 만큼 발행자는 어쩔 수 없이 ESG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올들어 ESG 채권을 발행하는 주체들의 범위가 넓어진 배경이다. 그간 외국인 투자자의 선호가 높았던 외화표시채권 위주였으나 지난해 산업은행을 시작으로 올해는 원화채 발행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정부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ESG 채권을 발행했다면 최근에는 일반 사기업도 ESG 채권을 발행하거나 발행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시중에 알려진 그린본드는 물론이고 워터본드나 소셜본드 등의 발행을 준비하는 사례도 생겼다.
특히 카드사들의 ESG 채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30일 카드업계 최초로 2400억원 규모의 원화 그린본드를 발행했으며 신한카드도 지난달 28일 1000억원 규모의 ESG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신한카드는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추석 연휴 중소가맹점의 지급 주기 단축 등 사회 공동체적 가치를 위해 활용했다. 이보다 먼저 우리카드는 지난 4월 사회적 책임투자(SRI)에 관심 있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사회적 채권을 발행했다.
지속가능채권이라고도 불리는 ESG 채권은 투자자산 선택에 있어 재무적 요소 외에도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투자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ESG 채권 투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확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특히 큰 손들의 자금유입 확대는 기업의 사업전략, 운용사의 운용형태 변화를 불러올 것이란 진단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이 조만간 도입되고 운용지침 개정을 위한 적용 자산군 범위, 평가 체계 등에 대한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밖의 연기금 지침 개정을 통해 제도화하고 있어 ESG 채권투자는 중장기적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며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ESG 채권 성과도 일반 채권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저금리 속 채권 다양성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커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파동으로 사회적 전반에 ESG 투자가 갖는 중요성이 부각된 측면이 크다"며 "특히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채권의 다양성이 필요시되고 있다는 점도 일조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