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많은 겨울철에 석탄발전소 최대 14기, 봄엔 최대 27기를 가동 중단하고, 노후 경유차 100만대 이상의 운행을 제한하는 동시 차량 2부제를 시행하는 고강도 미세먼지 대책이 나왔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는 3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제1차 국민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앞서 기후환경회의는 지난 27일 본회의를 열고 1차 국민정책제안을 의결·확정한 뒤 청와대에 제출했다. 정부는 관계 법령을 개정해 11월부터 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1차 안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를 '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로 지정하고, 집중 저감조치를 시행해 미세먼지를 전년 동기 대비 20% 20% 이상(2만3000톤 이상) 감축하자는 것을 뼈대로 한다.
1차 안은 지난 5개월간 5개 전문위원회 130여 전문가와 500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토론을 거쳐 만든 것으로, 국민이 직접 참여해 수립한 첫 정책 사례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우선 겨울철인 12~2월에는 석탄발전소 9~14기, 봄철인 3월에는 22~27기의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나머지 석탄발전소는 이 기간에 출력을 80%로 제한하자는 안을 덧붙였다.
수도권과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를 대상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에 생계용 경유차를 제외하고 배출가스 5등급 경유차 100만대 이상의 운행을 전면 제한하고, 차량 2부제를 병행 시행하는 방안도 내놨다. 경유차 구매와 보유 억제를 위해 노후 경유차의 취득세를 인상하고, 자동차세 경감률을 차등 조정하는 안도 포함됐다.
전국 44개 국가산업단지 등에 1000명 이상의 민관합동 점검단을 파견해 불법 미세먼지 배출을 감시하고, 전국 625개 대형 사업장에 설치된 굴뚝자동측정망(TMS) 측정결과를 실시간 공개해 자발적 미세먼지 감축을 유도키로 했다.
이밖에 생활도로·건설공사장 비산먼지·농촌 불법 소각 등 사각지대 관리 강화, 한·중 파트너십 구축 등 국제협력, 미세먼지 구성성분 공개·장기 주간예보 실시 같은 예보 강화 등도 대책에 포함됐다.
기후환경회의는 또 2030 미세먼지 감축 목표 설정, 수송용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 로드맵, 전기요금 합리화,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감축,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 위한 국가 싱크탱크 설치 등 내년까지 2차 국민 중장기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날 반기문 위원장은 "제안 내용이 지나치다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사회적 재난인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이 정도 대책은 필요하다"며 "세계 주요국이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사회로 옮겨가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석탄 소비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이런 우리나라를 '기후 악당'이라고 비판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은 불가피한데, 급격한 가동 중단으로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전기요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후환경회의 측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12월부터 3월까지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4인 가구를 기준으로 4개월간 총 5000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구매비를 생각하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반기문 대통령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차 국민 정책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