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의 길 50년, 김철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대한민국이 이만큼 번영을 누리는 것은 통상(通商)의 덕이다. 수출로 부를 벌어들였고, 그 수출 길을 통상이 닦았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이후 자유무역이라는 큰 흐름이 유지됐고 호혜의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치적으로 또 감성적으로 보호무역주의는 떨쳐버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시장의 빗장을 여는 것은 심난한 것이었다. 우리 통상 공직자들의 노고에 머리가 숙여지는 이유다.

'통상의 길 50년'은 무역 갈등이 본격 대두하기 시작하던 70년대부터 80·90년대 우리나라 통상의 길을 개척한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장관의 자서전이다. 미국 교수생활을 접고 상공부에 입부한 이래 장관을 역임하기까지 22년간 통상 및 수출 최전선에서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80년대 미국의 통상압력 파고가 높아지던 때 6년간 상공부 1차관보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에게 언론은 '통상마찰의 해결사'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책은 이밖에 세계무역기구(WTO) 초대 사무차장, 세종대 교수 및 총장을 역임하고 유수의 특허법률사무소인 리인터내셔널에서 14년간 고문으로서 일해오며 외국 특허고객 확보활동을 벌인 일과 무역투자연구원(ITI)을 설립해 정부에 통상 관련 연구와 자문서비스를 해온 역정이 소개됐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은) 내게 도전과 성취의 기회를 쉼 없이 열어주었다"며 "나라에 큰 빚을 지며 살아왔다"고 술회한다. 그러면서 악화일로에 있는 통상환경을 조명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책이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적고 있다. 부친(김유택 초대 경제기획원장·경제부총리)에 이어 2대째 장관의 영예를 안았고 모두가 부러워할 학식과 가문을 갖추었지만, 겸손이 늘 배어나는 한 원숙한 삶을 만날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은 글들도 공감을 자아낸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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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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