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이 2조4000억원을 쏟아부어 자율주행 기술에서 추격자 이미지를 탈피하고 시장을 선도할 '게임 체인저'로 도약을 시작했다. 이번 투자 금액은 현대차그룹이 외부 기업에 투자 형식으로 단행한 금액 중에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미래 모빌리티(이동성) 산업에서 궁극의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 유출 등 보안에 민감한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설립한 점 역시 같은 맥락이다. 내줄 것은 내주고, 취할 것은 취함으로써 이른 시간 내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정의선표 '통 큰 투자'…이제는 퍼스트 무버다 = 23일(현지시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앱티브에 단행한 투자금액(약 2조4000억원)은 현대차그룹이 외부 기업에 투자한 금액으로만 따지면 역대 최고액이다.

전통적 자동차 기업으로서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SW(소프트웨어)를 단순 공급받을 경우 근본적 자율주행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개방형 스마트폰 OS(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는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자체 해당 플랫폼을 가공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해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요 세계 자동차 메이커는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전문 IT기업을 완전 인수하거나 소수 지분 확보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완전 인수의 경우 타 업체에 대한 기술 폐쇄성으로 호환성이 부족할 수 있으며, 소수 지분 확보의 경우 자동차 업체가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작년 9월 취임 이후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한 과감한 행보를 이어왔다. 이번 통 큰 투자를 기반으로 한 신설법인 설립은 완전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중요한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인트벤처(JV) 설립으로 현대차그룹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운행되는 레벨 4, 5(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수준의 궁극의 자율주행차를 조기에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더는 추격자가 아닌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개척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신설 합작법인은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와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개발은 우군 확보 필수"…기존 업체와 협력도 공고히 =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와 자율주행 전문 JV 설립 이후에도 기존 협업하는 세계 업체와 파트너십을 지속 유지하는 등 세계 기술 변화 트렌드에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업체들과 협력 관계 유지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물론 다양한 검증 시험을 가능하게 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분야 실행력을 보다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세계 기업들과 과감한 '맞손' 전략을 펼쳐왔다. 자율주행차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한편,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에 전략투자하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대모비스는 지난 7월 러시아 최대 IT기업 얀덱스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세계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신설법인과 우선적 협력으로 현대·기아차에 최적화한 플랫폼을 더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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