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환 지음 / 아시아 펴냄
한국전 입양고아 출신 미군 탈영범 김진수를 모델로 쓴 장편소설이다. 1967년 4월 초, 일본 주재 쿠바대사관에 미군 일병 김진수(미국 이름 케네스 그릭스)가 망명을 신청했다. 그는 한국전쟁 중에 부모를 잃고 미군에 입양된 인물이다. 그는 양부와의 갈등 끝에 미군에 입대해 월남전에 파병됐다. 일본으로 휴가를 나온 그는 쿠바대사관에 잠입했지만 망명 길이 막힌다. 주일미군 지위협정을 준수해야하는 일본 정부는 대사관 대문 밖으로 그가 나오기만 하면 체포할 태세다. 1년이 지난 어느 봄날 김진수는 일본 내 '베헤이렌'(베트남에 평화를! 시민연합)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홋카이도 최북단 네무로에서 소련 땅으로 탈출했다. 그리고 한 달여 후 마침내 스웨덴에 정착한다. 이후 그의 소식은 알 수 없다.
저자 이대환은 '베헤이렌'을 이끌었던 일본인 오다 마코토(小田實)를 여러 차례 만나면서 김진수라는 인물의 스토리를 들었다. 저자는 그의 이야기를 꼭 소설로 쓰겠다고 다짐했고 16년이 지나 그 약속을 지켰다. 저자는 소설의 주인공 '손진호'를 통해 실존인물 김진수를 새로 탄생시켰다. 소설은 2018년 73세인 손진호의 아들인 '나'라는 화자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소설에서 손진호는 가슴이 피에 젖은 채 전사한 북베트남 여군을 목격하면서 피난길에 죽은 엄마의 가슴을 떠올린다. 이후 그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대신 그는 자신의 M16 총구에 꽃을 꽂아놓는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지만 그것은 '평화의 꽃'을 피운 것이었다.
손진호에게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국가나 거대 폭력이 평화를 파괴할 수 있지만, 작은 인간의 영혼에 평화가 살고 있다면 평화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론가 정은경은 이 소설을 "최인훈 소설 '광장'의 세계사적 버전"이라고 평했다.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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