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 주52시간 시행 D-7
하루 다르게 기술 바뀌는 상황
불꺼진 연구소 국력 저하 초래
우선 적용한 민간, 부작용 속출
"자율성 주기 위한 제도라지만
출퇴근기록 되레 자율성 침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연구도 불이 꺼질 것인가?'

국책연구기간의 본격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제도 시행 이후 '불 꺼진 민간 연구소'이 늘면서 민간 기업의 싱크탱크 운영에 차질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젠 국책연구기관들까지 이 '물꺼진 연구소' 대열에 합류하는 데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준비마저 미흡하기만 하다.

당장 제도를 먼저 적용한 민간 부문에서 '노동을 시간이 아닌 성과로' 평가받는 연구 분야의 특성을 무시한 탓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과 LG 등의 주요 기업 민간 연구소들이 오후 5시면 불이 꺼지는 상황이다. 하루가 다르게 첨단 기술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점에 첨단 기술을 개발 연구소들의 불이 꺼지면서 경쟁력 확보가 급해진 반도체 분야 기업인들은 지난 7월 국회를 찾아 "제도를 고쳐달라"고 읍소하기까지 했다.

연매출 3000억 원대인 화학업체는 경기도에 있던 연구소를 해외로 옮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주 52시간제를 따르기 어렵다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첨단소재 수출을 제한하고 나서면서 중소기업들의 연구 자원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화급하지만, 최근 소재 조달상황을 알아보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주 52시간제에 막혀 황당한 지경"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에게 연구소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기업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이런 문제가 앞으로는 국가의 대사를 결정하는 데 주요한 연구, 분석자료를 내놓아야 할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오게 됐다.

실제 당장 노동시장 연구 전문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마저도 관련 노사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정부 용역으로 정부 산하 연구기관 특성에 맞는 주 52시간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52시간제 도입 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상협 공공연구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자율성을 주려고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연구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출퇴근 시간이나 외출 기록이 모두 남고 업무 및 연구 평가가 엄격해지는 부분 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구직에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업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직은 근로시간을 정해서 하는 업무가 아니고 연구를 밤에 하든 주말에 하든 상관없이 업무량만 맞추면 됐다"며 "그동안 출퇴근 제재도 하지 않았고 야근 수당도 없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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