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희귀질환 임상시험 대폭 줄어
공격적 규제개혁 中에 많이 뺏겨

2016~2018 국내 진출 28개 글로벌 제약사의 R&D 총 투자비용과 연구인력 증가 추이. <자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2016~2018 국내 진출 28개 글로벌 제약사의 R&D 총 투자비용과 연구인력 증가 추이. <자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제약사들이 R&D 투자를 늘려가고 있지만, 암·희귀질환 임상건수는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라면 우리나라가 다국적 임상시험 유치에 있어, 관련 규제 개혁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에 한참 밀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회원사 31개가 2018년도에 임상연구 분야 R&D 비용으로 총 4706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외 본사에서 직접 외주한 R&D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2016년부터 3년간 지속적으로 조사에 참여한 28개 회원사를 기준으로 보면, 임상연구 R&D 비용은 1년만에 16% 증가했다. 28개 회원사의 임상 R&D 비용은 2017년 4000억원에서 2018년 4641억원으로 늘었다. 또한 같은 기간, R&D 인력 고용은 8.2% 증가했다. 2018년 이들 기업이 고용한 R&D 인력은 1678명에 달했다.

임상연구용 의약품 직접비 역시 증가했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19.3% 증가한 1540억원이 임상시험용 의약품 직접비로 사용됐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임상연구를 위해 국내 환자에게 무상으로 의약품을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치료기회를 부여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2018년 전체 임상연구 중 50% 이상이 암과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임상연구였다. 암이 49%(583건), 희귀질환이 5%(63건)였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진행한 암·희귀질환 임상시험 건수가 전년에 비해 상당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KRPIA에 따르면 암 임상시험 건수는 2017년 각각 609건에서 2018년 583건으로 4.27% 줄었다. 같은 기간, 희귀질환 임상시험 건수는 98건에서 56건으로 42.86%나 급감했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보면 해당 영역의 신약에 대한 제도적·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가 신속심사(조건부허가) 제도를 두고 있지만, 활발한 적용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면서 "최근 중국이 임상시험, 허가 등 모든 단계에서 의약품규제를 개혁하면서 다국적 임상 수요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다국적 임상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올해 '인보사' 사태로 신속심사 허가에 당국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임상1상, 2상에서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된 희귀암 치료제에 대해서는 임상3상을 추후 진행하는 조건으로 허가부터 미리 내주는 '신속심사(조건부허가)' 제도를 두고 있다. 주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나 최근 허가 취소된 인보사의 경우, 세포치료제에 대한 조건부허가 허용 규정에 따라 임상3상 이전에 조건부허가를 받은 사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가 신속심사 제도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며 "우리나라는 그동안 임상에 있어서 의료진의 수준이나 결과물의 정확도 면에서 매력도가 큰 국가로 꼽혀왔는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공격적으로 다국적 임상을 유치하고 있는 중국에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KRPIA에 따르면, 전세계 제제약사 주도의 임상시험 프로토콜 국가별 비율에서 한국은 2017년 5위(3.51%)에서 2018년 6위(3.39%)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최근 의약품 및 임상시험용 의약품 허가 제도개혁 등 규제개혁을 통해 5위(3.7%)에서 3위(4.66%)로 두 단계 상승했다.

KRIPA 관계자는 "다국적 초기 임상시험 참여 기회 확대는 물론 글로벌 R&D 투자를 유치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유관 부처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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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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