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팀장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팀장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팀장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초 7%대였지만 대내외 위기를 겪으면서 하락해 2016~2020년에는 2% 중반까지, 그리고 향후 6년 후인 2025년부터는 1%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이란 과도한 물가 상승의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한 국가에 존재하는 생산요소를 최대로 활용할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우리 경제가 가진 노동력과 자본, 기술력을 최대로 활용하면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 불과 6년 뒤에는 1%대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1%대 경제성장률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 문제다. G7 국가, 예를들어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잠재성장률은 1991~2020년 동안 2% 초·중반에서 1% 중반대로 완만히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8%에서 2% 중반대로 급락했다.

이렇게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이유는 생산에 투입되는 요소 - 노동, 자본, 기술력 - 모두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급속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먼저 노동의 투입 기여도가 하락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다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걱정이다. UN의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7%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일본은 197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한지 24년이 지난 1994년에 고령사회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이 기간이 2000년에서 2018년으로 18년 걸렸다. 일본보다 6년이나 빨리 도달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저물가 현상이 일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우리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위기를 더 빨리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크게 드는 배경이다.



두 번째 요인인 자본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 하락 역시 문제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물적 자본이 빠르게 증가했으나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모든 산업에서 생산자본 스톡 증가 속도가 둔화되며 잠재성장률을 상승시키는데 크게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성장세가 높았던 80년대 비해 최근 투자 증가율이 저하됐다. 1980년대 10%를 상회했던 건설, 설비, 지식재산물 분야의 투자 증가율은 2010년대 들어 1~5%대로 하락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적으로 수입 수요가 감소했던 점이 우리나라의 수출 급감 및 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노동과 자본 자체가 증가하지 못하면 이를 혼합해서 경제 활동을 하는 방법, 즉 기술 수준이 높거나 생산성이 향상돼야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 부문에서 미진하다. 고도의 기술과 생산성은 연구개발(R&D) 활동의 결과로서 우리나라의 R&D 활동은 양적인 측면에서는 세계 톱을 자랑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990년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액 비율(2.2%)은 OECD국 평균 수준(2.1%)이었다. 이후 확대되면서 2017년에는 OECD국 평균의 2배 수준임과 동시에 OECD국 중 1위인 4.6%를 기록했다. 그러나 질적 측면에서 한 국가가 연구 인력에 비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품질 높은 특허를 취득하는가를 나타내는 특허수를 보면 2000년 이후 감소했으며(2000년 84개 → 2016년 72개) OECD국 평균(2016년 105개)과 비교해도 낮다. 연구개발의 핵심인 연구 인력에 대한 처우나 대우가 낮은 점도 미래 연구 성과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을 하게 한다.

잠재성장률 1%가 위기라는 것은 알겠는데, 뭐가 어떻게 위험한가에 대해 감이 안 온다는 말을 듣곤 한다.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취직할 때의 성장률은 몇 퍼센트였는가. 그 때 당시 한해에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몇 만개였는가.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우리 아이들이 취직하고자 할 때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 아니 0%대라면 과연 그런 시대에서 1년간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몇 개나 될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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