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엮음/ 책읽는 섬 펴냄
법정 스님은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속명은 박재철이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목포상고를 거쳐 전남대 상과대학 3학년을 수료한 후 1956년 당대의 고승 효봉(曉峰)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78세를 일기로 입적했다.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자 했던 법정 스님. 그 흔한 호 하나 갖지 않고 '비구 법정'이란 단 네 개의 글자만 가지고 열반했다. 법정 스님은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 티베트 사람처럼 살다가 인도 사람처럼 떠났다.
이 책은 9년 전 우리 곁을 훌쩍 떠난 법정 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발자취, 타 종교와 두루 교류했던 이야기, 그리고 지인과 도반들에게 보낸 편지와 애송했던 선시를 엮은 것이다. 법정 스님을 가까이에서 지켰던 현장 스님은 생전의 법정 스님 모습이 사라질까봐 애태우다가 이 책을 엮었다. 현장 스님은 속세에선 법정 스님의 조카다. 책에는 그동안 일부만 알려져 있던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 강론 전문이 실려있어 시선을 끈다. 이 명동성당 강론은 다행히 이해인 수녀가 따로 녹음을 한 CD를 보관했던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강론에서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운가에 달려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또한 전기도 물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산속에서 먹물에 붓을 찍어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편지에는 지인들의 일상을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책에는 서화와 사진도 함께 실어 더욱 감동을 준다.
혼탁한 요즘, 그가 남긴 말과 편지 속에서 '무소유'가 오롯이 되살아난다. 우리 시대의 선승·학승이자 수필가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만나게 해주는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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