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앞두고 유보적 태도
구체적 성과 없인 정치적 부담
형세 지켜본 뒤 행동 나설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얼굴)은 1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평양 방문에 대해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이 만족할 만한 성과물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평양 방문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이달 하순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일단 협상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북한에 초청했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과)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도 "나는 그에 대해 언급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덧붙였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정상 간 회동보다는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통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는 의미가 담겼을 수도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의 결렬은 실무협상단 수준의 사전 조율과 진전 없이 정상 간 담판에 의존하는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4달 가까이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다가 6월 말 판문점 미·북 정상 회동에서 어렵사리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뒤 2∼3주 내 가동이 기대됐지만 이마저도 몇 달 간 표류하는 상황을 맞았다.

미국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가닥을 잡은 뒤 정상 간 회동을 하는 '선 실무협상, 후 정상회담'을 수순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갖는 상징성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무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평양 방문은 70년간 이어진 미북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 정상화를 알리는 사건이자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어 이에 걸맞은 여건 조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구체적 성과가 담보되지 않은 채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건 모험이자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두 정상 모두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그간의 태도를 고려할 때 일정 여건이 갖춰질 경우 전격적인 평양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그동안 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을 선호해 왔으며, 실제로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 개최를 강하게 희망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만약 3차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접어들 경우 회담 장소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면서도 "나는 어느 시점에, 나중 어느 시점에 그것(평양 방문)을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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