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한 때 '국가대표 맥주'로 불렸던 하이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길어지는 부진에 하이트진로도 하이트 대신 테라와 필라이트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맥주 신제품 테라는 최근 출시 160여일만에 2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7~8월 여름 성수기 시즌에만 300만 상자를 판매하는 등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불려나가고 있다. 발포주 시장을 점령한 필라이트 역시 최근 밀맥주 버전 '필라이트 바이젠'을 내놓으며 순항 중이다. 오비맥주가 필굿을 출시하며 맞불을 놨지만 필라이트의 완승으로 시장이 정리되고 있다.

문제는 하이트진로의 '간판 브랜드' 하이트다.

하이트는 2010년까지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업계 1위 맥주 브랜드였다. 하지만 2011년 카스와 선두를 바꾼 이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장 점유율이 20%대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실적 역시 테라의 '대박' 행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71억원으로 확대됐다. 2분기 하이트 매출은 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1%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도 1084억원으로 1000억원을 간신히 넘어서며 377억원(25.8%) 줄었다. 같은 기간 하이트와 맥스를 제외한 기타 맥주 부문은 매출이 970억원에서 1346억원으로 376억원 늘었다. 테라가 팔린 만큼 하이트가 덜 팔렸다는 뜻이다. 신제품인 테라에 마케팅을 집중하면서 하이트의 낙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테라의 흥행과 하이트의 부진이 서로 상쇄됐다"며 "7월에는 테라 매출이 하이트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엔 하이트의 매출이 2000억원대 초반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3년 만에 매출이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하이트 브랜드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만년 2위였던 회사를 업계 선두로 만들어 준 데다 회사 이름까지 '하이트'로 바꾸게 만든 상징적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그간 알콜 도수를 변경하거나 페일라거·올뉴하이트·엑스트라콜드 등을 내세운 브랜드 리뉴얼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하이트' 브랜드의 수명이 다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여러 차례 리뉴얼을 진행했음에도 하락세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테라가 출시될 때는 하이트 브랜드룰 단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 브랜드의 리뉴얼이나 단종에 대해 고려한 바가 없다"며 "지금도 브랜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하이트진로의 간판 브랜드 '하이트'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의 간판 브랜드 '하이트'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