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최근 여러 정치인의 장관 자격을 둘러싸고 온라인에서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 논란이 화두이다. 온라인에서 특정 사안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드는 등 여론조작 사건은 그간에도 많은 이슈가 되어왔지만 이번에는 여러 민감한 국민정서, 사회적·정치적 이슈와 얽혀 더 논란이 되고 있다. 이슈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국내의 인터넷이 여러 여론조작에 취약하다는 것과 그런 취약성이 앞으로 인터넷이 점점 더 알고리즘화 되가면서 더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의견과 의사를 자유롭게 개진하는 것과 의도적으로 집단적으로 여론 몰이를 하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국내의 인터넷문화는 사람들이 특정 사안이나 기사의 댓글을 보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살피며 여론을 가늠한다.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사회나 전체주의적 성격이 강한 문화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데, 문제는 이러한 경향을 틈타 댓글조작, 여론조작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온라인 신문에서는 댓글기능이 많이 없거니와 있다해도 댓글자체에 대한 노출성이 낮을 뿐 아니라 여론에 대한 영향이 미미하다.인터넷 댓글이 여론의 기표가 되는 국내의 다소 기이한 상황은 사람들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낮다고 볼 수도 있고,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대중적 여론이라고 하는 기준점에 맞추어 가려는 경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민감하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인터넷 논객들이 집단적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며 댓글조작 등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한 것을 의사표현의 자유로 생각할 수도 있고, 선한 정치적 참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논란속에 과연 온라인이라는 창을 통해 보는 세상과 여론을 어떻게 믿어야되고 어느 정도까지 신뢰를 해야 하는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맹점은 온라인이 점점 더 알고리즘화되가며 더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된 뉴스, 정치적 견해, 상품, 영화, 서적 등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 알고리즘이 본인의 기호에 맞게 추천한 개인화된 뉴스나 중요한 이슈라고 알고리즘이 판단해 추천된 뉴스들의 신뢰성, 투명성, 공평성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알고리즘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분석했는지에 대한 것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투명성에 더해 그러한 과정을 일반 대중에게 쉽게 이해되게 설명되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알고리즘을 형성하고 편향되거나 왜곡된 결과를 도출하고 여론을 왜곡할 개연성이 충분히 높고 또한 그러한 동기도 높다.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이 공평하거나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인간보다 더 치우쳐 있고 편향되었으며 특정가치 편향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편향된 가치를 가진 인간이 알고리즘을 짜고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한, 반드시 그러한 역기능적 결과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계학습이라고 하는 알고리즘의 핵심적 기능도 개발자의 편향된 가치가 반영된, 편향된 데이터셋을 학습하게 되면 편향된 결과를 보여주고 결국 여론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러한 여론왜곡에 대한 여파가 인간의 여론조작보다 훨씬 크고 빠르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자동화된 기계학습과 알고리즘이 광범위해지고 알고리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사회의 시스템 편향을 전파하고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신뢰성,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들의 리터러시 성숙도가 필요하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듯이 이제는 사람들에게 알고리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알고리즘 리터러시를 강조해야 할 때가 왔다. 알고리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설명하고 알고리즘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조작된 알고리즘에 대한 판별력이 늘어나고 여론이 비판없이 수용되는 일이 줄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알고리즘 리터러시를 위해 기업과 정부 모두의 역할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아무리 알고리즘 리터러시를 강조한 들 알고리즘 기업들이 자체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공유하지 않는 한, 알고리즘의 투명성, 책임성, 설명요구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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