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뒤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6일 열기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뒤 한국당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회로 청와대에 여당에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명분을 쥐어 줬을 뿐만 아니라 조 후보자 가족 등 핵심 증인을 양보해 청문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5일 자신의 SNS에 "차라리 청문회 없이 국민 무시 임명강행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더 사게 해 (조 후보자가) 임명 되더라도 그것을 기화로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조국 국조와 특검을 연계했으면 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계속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야당의 무지,무기력,무능으로 이런 절호의 기회도 놓쳐 버렸다"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또 합의 이후 곧바로 SNS에서 글에서 "더 이상 야당 망치지 말고 사퇴하라"고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백기투항식 청문회에 합의했다"면서 "허망한 청문회를 통해 임명 강행에 면죄부만 주는 제1야당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청문회 일정과 자료제출 요구, 증인·참고인 채택 등을 의결해야 하는 법사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도 다수 나 원내대표의 합의에 이견을 표출했다. 이로 인해 법사위는 원내대표단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사단 회동에서 청문회 일정과 증인채택 등을 놓고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 진통을 겪기도 했다.
다만 한국당은 법사위가 5일 전체회의에서 청문회 개최를 의결한 이상 우선은 조 후보자 청문회에 집중적으로 화력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장 의원은 5일 SNS에 "당의 명령에 따라 청문회에 임한다"며 "저의 목소리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조 후보자에게 직접 전하겠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도 진화에 나섰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조 후보자의) 불법 행위를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며 "민주당이 증인도 거부하고 일정도 (미루자고) 우기면서 사상 초유의 비정상적 청문회를 열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나 원내대표 역시 당내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이번 청문회는 그간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다. 도덕성·위법성·전문성 등 자질 검증은 끝났다"며 "(조 후보자의) 위법과 위선, 위험을 총정리해 국민에게 생중계로 보여준 사퇴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도 한국당이 기존에 나온 의혹을 재거론하는 수준에서 청문회를 마치거나 의도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나 원내대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나 원내대표는 앞서서도 지난해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여야 5당 합의안에 서명한 것과 지난 6월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국회가 파행될 당시 여야 3당 원내대표와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가 2시간 만에 의원총회에서 부결돼 리더십에 타격을 받았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