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드라마콘퍼런스 10개국 200명 참가 前 日TV제작사 이사 누마타 미치쓰구 "韓, 아시아서 콘텐츠산업 가장 선도적" 한일 드라마업계 양국갈등 영향 미미
"한일 갈등의 골은 깊어졌지만 한·중·일 등 아시아 문화인이 문화적 교류의 끈을 절대 놔선 안 됩니다."
일본의 대한(對韓) 무역 보복 조치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가운데서도 양국 TV 드라마 관계자들이 교류와 협력의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넷플릭스가 후원하는 제14회 아시아드라마콘퍼런스(사진)가 4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렸다.
2006년 시작된 아시아드라마콘퍼런스는 각국 제작 현장을 이끄는 작가, 제작자들이 모여 아시아 드라마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공동 제작을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드라마 전문 국제회의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한·중·일, 동남아, 미국, 유럽 등 10개국 인기 드라마 작가, 제작자 200명이 참가해 아시아 드라마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공동 제작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ATP(전일본TV프로그램제작사연맹) 이사 누마타 미치쓰구는 일본 제작사가 한국 제작사와의 공동제작 모델을 성공시켜 국제시장에 일본 드라마를 유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시청률을 중요시하고 국내용 드라마만 제작하면 일본 드라마는 갈라파고스화 현상이 일어난다"며 "세계에 유통되는 상품으로서 드라마를 제작해야 하고, 시장 또한 세계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마타 이사는 자신이 프로듀서로 있는 드라마 제작사 '텔레팩'의 글로벌 시장 진출 시도에 관해 설명했다. 한국 드라마 제작사와 공동제작 등을 통해 2020∼2021년께 글로벌 시장에 진출, 독립 제작사로 거듭나고 이를 ATP 회원사와 공유해 일본 드라마 업계를 산업화한다는 계획이다. 그에 따르면 일본 방송가는 아직도 방송사들의 자체 제작 비율이 더 높고, 방송사가 제작사에 프로그램 '발주'를 넣는 관계다.
누마타 이사는 한국의 국화 무궁화 꽃말에 빗대 "한국은 신념을 갖고 국가를 세우고 드라마를 만드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며 "아시아에서 콘텐츠 산업이 가장 선도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 측에선 송병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이 전날 축사에서 "최근 국가 간 외적·내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드라마 교류 확장에 어려움이 따라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중·일 등 아시아 문화인이 서로 간 문화적 교류의 끈을 절대 놔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급격히 경색된 외교 관계에도 한국과 일본 드라마업계는 아직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콘퍼런스를 주최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관계자는 "일본 측 참가자는 작가와 제작자 60여명으로 전년과 비슷한 정도"라며 "공간 문제로 다 받을 순 없었지만, 참석 의지를 전한 일본 관계자들이 그 이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