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국내에서 성장세가 멈춘 식품 기업들이 '기회의 땅'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세계 소비 시장의 중심지인 미국 공략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코로나에 제2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제2공장에는 농심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인 2억달러가 투입된다. 특히 기존 1공장과 달리 건면·생면 생산 라인을 갖춰 라인업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2억2500만달러(약 2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년 만에 배 가까이 매출을 늘렸다. 한인사회를 넘어 월마트·코스트코 등 미국 주류 시장에서도 성과를 낸 것이 주효했다. 시장 점유율도 일본 동양수산, 일청식품에 이어 3위(15%)까지 올라섰다. 2025년에는 현재의 배가 넘는 6억달러(약 7200억원)까지 매출을 불린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로 이미 미국 냉동만두 시장을 점령했다. 지난해 국내 냉동만두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비비고 왕교자 출시 이후 성장세를 거듭했던 만두 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이에 제일제당은 최근 몇 년간 현지 식품회사 슈완스를 인수하는 등 미국 시장 진출을 꾸준히 타진해 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코스트코에서 25년간 만두 시장 1위를 지켰던 중국 링링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비비고 만두의 미국 매출은 2400억원으로, 전체 만두 매출 6400억원의 38%에 달한다.
K-푸드의 대표 주자인 '김치'로 미국의 문을 노크하는 기업들도 있다. 대상은 지난 7월 미국 법인을 신설하고 김치 공장 설립 준비에 나섰다. 풀무원도 최근 월마트·크로거 등 대형 유통망에 입점, 현지인들에게 '본토 김치'의 맛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식품 기업들의 릴레이 미국행이 1순위 진출국이었던 중국의 리스크 상승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주요 기업들이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유·무형적 압박을 겪으며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제2의 중국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동남아의 경우 인프라 구축 등의 문제로 아직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시장이라는 평가다.
이전에는 미국 시장이 국내 기업으로서는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평가됐지만 한류 열풍에 따른 K-푸드 관심도 증가 등으로 이제는 '해 볼 만한' 시장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우리 식품 기업의 미국 진출이 미국 내 한인들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주요 상권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한국 식품이 K-팝, K-뷰티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주요 식품 기업들이 미국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K-푸드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LA에 있는 농심 라면 공장 전경. <농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