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능력 중심 수평적 조직 쇄신 직급 4단계·호칭 2단계 단순화 의사결정 속도·업무효율성 높여 승진연차 폐지, 초고속승진 가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기아차 인사제도 손질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이 지난 4월 이사와 상무 등 임원 직급을 통합한 데 이어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등의 직원을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통일한다. 그동안 수직적 위계 구조를 수평적으로 개선해 의사결정 속도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직원 평가와 승진 제도도 대대적으로 손질해 능력 있는 직원의 '초고속 승진'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상위 직급 승진을 위해서는 승진연차가 필요했지만, 이를 폐지함으로써 승진 다음 해에도 승진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딱딱했던 현대차, 자율적이고 수평적으로 = 현대·기아차가 9월부터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한다.
이번 새 인사제도에 따라 일반직 직급은 기존 직위와 연공중심의 6단계에서 역할에 따라 4단계로 단순화한다. 5급사원과 4급사원은 G1으로, 대리는 G2, 과장은 G3, 차장과 부장은 G4로 통합한다. 호칭은 더 단순화해 G1~G2는 매니저, G3~G4는 책임매니저 2단계로 통일한다. 다만 팀장, 파트장 등 보직자는 기존처럼 직책을 호칭으로 사용키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직급과 호칭체계 변화로 직원들이 연공이 아닌 업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하고, 수직적인 위계구조가 개선돼 의사결정 속도와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수평적 조직문화 촉진과 발탁인사 등 우수인재에 성장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임원 인사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기존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까지 임원 직급 체계를 '상무'로 통합해 기존 사장 이하 6단계 직급을 사장-부사장-전무-상무 등 4단계로 축소한 것이다.
이번 직급 개편은 직원 대상 설문조사와 설명회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도입한 출·퇴근과 점심시간 유연화, 복장 자율화 등 기업문화 혁신활동과도 맞닿아 있다.
◇'일·능력 중심'…승진 다음 해 또 승진한다 = 현대·기아차의 이번 새 인사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일·능력 중심'이다.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조기에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직원 평가방식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꾼다. 절대평가로 평가방식을 변경한 이유는 단순히 평가 관점에서 벗어나 직원 육성 관점의 성과관리와 상호협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불필요한 경쟁과 비율에 따른 평가등급 할당으로 평가왜곡현상이 불가피했으나, 절대평가 체제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절대평가 도입과 함께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과정에서 동료 간 업무역량에 대해 코멘트할 수 있는 제도 등도 신설했다.
승진연차 제도도 폐지한다. 기존의 경우 상위 직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필요한 연수인 승진 연차가 필요했다. 예컨대 사원과 대리는 4년의 승진 연차, 과장과 차장은 일정 수준의 승진 포인트를 필요로 했다. 이를 폐지함으로써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조기에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현대·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G3로 승진한 직원은 바로 다음 해 G4 승진 대상자가 되는 것도 가능해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일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임직원이 공감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해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했다"며 "전통적 제조업의 인사제도인 연공 중심, 수직적인 위계 구조에서 탈피해 새 인사제도를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방식을 변화시켜 미래산업에 빠르게 대응 할 수 있는 민첩한 조직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