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동조합이 8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쟁의대책위 속보 4호에 따르면 일본의 공격을 받는 등 현재 경제상황이 엄중하니 노조는 파업 자제를, 사측은 전향적 해결모색을 해달라는 이낙연 총리의 발언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사태 등 작금의 경제위기 때문에 현대차 노조가 합의에 이른 것이라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앞으로 돌발 사태 진행에 따라 언제든지 늘 해오던 대로 파업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경제위기 때의 4년을 제외하면 단 한 해도 거르지않고 파업해왔다. 그 파업 회수만 자그마치 430회이다.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정당한 일이고,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의 이 기본권을 비난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조합법은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32년이란 긴 역사를 가진 현대차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극대화 외에 산업평화와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이 목적에 얼마나 이바지해왔는가? 매년 어김없이 반복되는 현대차의 노사갈등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노조의 요구가 설득력 있는 제안이 되려면 적어도 다음 네 가지 조건을 스스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첫째,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자신들의 생산성에 비례하고 있는가? 생산성이 향상되어야 임금을 인상해주는 것이 경제 및 경영의 기본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기만 할 뿐, 생산성을 어떻게 상승시킬 것인지에 대한 약속은 전혀 하지 않는다. 생산성 국제적 비교기준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차 한 대당 생산시간(HPV, hour per vehicle)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현대차 26.8시간, 도요타 24.1시간으로 현대차는 글로벌 경쟁사에 훨씬 뒤쳐진다. 하지만 도요타가 1962년부터 현재까지 56년 동안 무파업을 기록하는 동안, 거의 매년 어김없이 계속되어 온 현대차 노조의 파업횟수는 위에서 밝힌 바대로 430회다. '툭하면 파업'이라는 용어가 생긴 것도 그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자 보다 더 나은 HPV를 달성하겠다는 결의없이 매년 임금 인상만 요구하는 파업은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노동조합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것인가?
둘째, 기업 뿐만 아니라 노조도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노조는 조합원의 이익 극대화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학술적 논의가 발전하고 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UN 등 국제기구는 노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조직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합의 하에 ISO26000이라는 국제표준을 제정하여 실험하고 있다.
셋째, 단순기술직 중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자랑하는 현대차노조가 끊임없이 보상을 요구하는 '산업약자 코스프레'를 할 근거는 없다. 저임금이나 어려운 근로조건 환경 속에서 근무하면서 현대차의 초석을 일군, 퇴임한 1세대 선배근로자들을 기억하라. 노조는 현대차를 더 성장시키고 그를 통해 더 많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냄으로써 희생한 그 퇴직근로자들과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전소득을 더 창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넷째, 오늘날 현대차의 괄목한 성장에는 튼튼한 수요 기반을 제공한 국내 소비자들의 역할이 있었음을 명심하라. 글로벌화된 시장에서 현대차가 투쟁 일변도의 파업으로 임금인상을 쟁취하는 것에 분노하여 외제차를 선택하는 젊은 세대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음에 주목하라. 현재 한국의 20~40대는 50대 이상과 다르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력하여 임금을 받고 있는데, 생산에도 참여 않는 527명의 노조 전담군단을 거느리고 매년 임금 투쟁을 벌이는 현대차를 왜 사주겠는가? 외국차 최고 마케팅은 현대차 노조의 투쟁과 파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2년의 역사를 가진 현대차 노조는 사람으로 쳐도 한참 철이 들어야 할 성인이요, 앞뒤좌우 가늠하며 자신의 미래를 다져갈 시점 아닌가.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세계적 경제환경도 급변하고 있거니와, 4차 산업혁명, 인구감소 등 장기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가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구태 투쟁으로 과연 자신들의 미래를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