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우선순위 정해 R&D 집중
日 '백색국가 韓제외' 강행
소재·부품 R&D 5조 투입


정부가 28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에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를 연구·개발(R&D)을 통해 모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특히 100개 이상의 핵심품목에 대한 집중적인 R&D 투자를 통해 대외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핵심 원천기술을 선점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자립 역량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국가 R&D 청사진'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각의 결정이 시행된 날에 맞춰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장비의 100개 이상(100+α)을 핵심품목으로 정해 내년부터 3년 동안 R&D에 5조원 이상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동안 소재·부품·장비는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뿌리이자, 4차 산업혁명 기술 경쟁력의 핵심 요소임에도 국내 기업들은 경영효율화 관점에서 장기간에 걸쳐 기술축적을 해 온 일본, 독일 등 해외 공급처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특히 화학(55.6%)과 자동차(36.9%), 반도체·디스플레이(29.2%) 등 주력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부품은 물류상 이점과 가격 경쟁력을 가진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정부는 이번 R&D 대책을 지난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과 연계해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시행에 따른 경제·산업위기를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립의 기회로 삼아 나갈 계획이다.

단연 눈길을 끈 것은 100개 이상의 핵심품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점이다. 정부는 일본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밝히지 않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에서 세부 품목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품목은 글로벌 가치사슬, 기술수준 및 경쟁력, 국내외 특허분석 등을 통해 목록화한 후 투자 우선순위를 정해 내년부터 이들 품목을 중심으로 R&D 투자가 집중된다. 투자는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단기 성과창출이 필수적인 핵심품목은 '수요-공급기업 협력형 R&D'로 추진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품목 중 중소기업 단기 상용화 효과가 높은 과제에는 더 많은 R&D 투자가 이뤄진다. 또한 원천 연구가 필요한 미래 소재와 사물인터넷(IoT), 5G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분야 소재부품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 선점형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R&D 투자의 가시적 성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제도도 획기적으로 푼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긴급한 기술개발이 필요한 대형 R&D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다. 면제 대상은 전략핵심소재 자립화 기술개발,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제어기 기술개발, 테크브릿지 활용 상용화기술개발 등 3개 사업이다.

이와 함께 국가 연구인프라를 총동원해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립을 유도하고, 부처 R&D 연계 및 중개기능을 강화해 기술개발 단절 없이 과제 기획부터 상용화까지 지원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과 관련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장기간에 걸친 기술축적과 수요-공급기업(대·중소·중견기업) 간 신뢰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기초원천 연구를 중요시하는 연구문화 정착, 젊고 우수한 R&D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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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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