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내부 상처만 키울 수도"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중소마트, 자영업자단체가 일본산 농수산물, 식품첨가물의 원산지 추적 운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제공>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중소마트, 자영업자단체가 일본산 농수산물, 식품첨가물의 원산지 추적 운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는 자칫 불똥이 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불매 운동이 일본 기업과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산 원료를 썼거나, 일본계 자금이 투입된 국내 기업마저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도를 넘은 불매운동은 자칫 우리 기업과 직원들의 상처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자영업단체들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들이 수입한 일본산 식품첨가물이 사용된 제품과 함량, 제조공장과 일본 내 원산지를 밝히는 운동을 벌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일본상품을 사지 않고 팔지 않는 '노노재팬'에 그치지 않고 미량의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까지 찾아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다.

불매운동이 정교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제품 뿐 아니라 원산지마저 따져 불매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모습이다.

제품들의 첨가물까지 파헤쳐지자, 식품업계는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사실이 아니라도 일본 기업으로 낙인 찍히면 후폭풍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또 일본산 원료를 0.1%만 써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곧바로 올라간다.

최근 CJ제일제당은 햇반에 일본 후쿠시마산 '미강추출물'을 사용한다는 소문에 진땀을 뺐다. CJ제일제당은 "후쿠시마산이 아니다"며 "후쿠시마로부터 800Km 떨어진 지역이며, 미강 추출물의 양은 0.1%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일본산 원료는 0.1%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뚜기 즉석밥은 용기가 논란이 됐다. 소비자들은 "오뚜기의 경우 일본산 용기를 사용하니 잘 확인해야 한다"며 SNS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쌀로별의 쌀 원산지는 일본'이라는 소문이 나자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중국산이라고 입장문을 올렸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하다.

일본계 자본이 투입됐다는 이유만으로도 불매 리스트에 오르는 기업도 속출했다. 일본 기업과 합작사가 많은 롯데는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 측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국내에 있고, 직원들도 한국임을 강조하며 '한국 기업'이라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불매운동 불길은 좀처럼 꺼지지 않는 모습이다.

롯데는 국적 '정체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일찌감치 호텔롯데 상장에 나서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에 이어 일본 불매운동 리스트까지 거론되며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롯데에 대한 '동정론'마저 나온다. 사드 보복 당시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가장 큰 피해를 봤는데, 이번에는 일본 불매운동 대상에 거론되며 뭇매를 맞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이은 악재에 지난해 롯데가 발표한 '5년간 7만 명 고용' 계획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불매운동이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자칫 일본에 타격은 별로 주지 못하면서 우리 내부 상처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고 나면, 새로운 불매운동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며 "각종 SNS와 카페 등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경우가 잇따라 유통업계 부담도 커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일본인 관광객 폭행 사건, 유니클로 파파라치, 일본 차량 파손 등이 잇따라 터지자 일본 관광객이나 일본 제품 소비자들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어, 폭력으로 변질 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의 목적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함"이라며 "감정적인 불매운동은 오히려 공포감만 자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매운동에 대한 사실 전후 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후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본 제품을 사는 소비자에 대한 지나친 비난과 강제 역시 자유시장경제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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