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대내외 불확실성에 하반기 재계의 경영 여건이 '시계제로'에 처했다. 한·일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영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사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정쟁(政爭)에 4차 산업혁명과 규제개혁은 뒷전으로 밀려있다.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 압박도 여전하다.
특히 재계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여기에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만약 삼성전자마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경우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고용절벽, 경기침체 장기화라는 도미노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韓·日-美·中 갈등 '악화일로'…퍼지는 '보호무역' 전염병= 당장 오는 28일에는 일본 정부가 예고대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을 발효한다. 우리 정부가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전격 발표한 가운데, 일본이 어떤 후속 보복조치를 취할지 재계는 불안에 떨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전기차용 배터리,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사업 전반에 일본의 보복공세가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주요 부품·소재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상당한 일부 업종은 어디로 불똥이 튈 지 여러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재계에서 한·일 갈등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최근 다시 점화한 미·중 무역전쟁이다. 양국 정부가 관세 보복을 예고하며 포문을 정조준하고 있어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G2 갈등으로 내년까지 세계경제 성장률이 최소 0.3%포인트에서 최대 1.7%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미·중 발(發) 보호무역 도미노 확산이 현실화 할 경우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이미 1%대 잠재경제성장률 하락까지 경고하고 있다.
◇파업에 경영공백까지…투자위축 불가피=이런 와중에 일부 자동차와 조선·철강업계 노조는 이번주 중 총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노조가 겨우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업황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일부 업체는 판매 부진과 경쟁 심화로 구조조정 또는 생산라인 일부 폐쇄가 불가피하지만, 노조 반발과 정부 압박 등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최저임금 인상과 내년부터 중소기업까지 전면 시행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은 경영환경을 더 열악하게 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상황은 심각하다. 당장 오는 29일로 예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횡령 등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총수 부재와 투자 위축이 예상된다.
그렇잖아도 중국의 성장 등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의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까지 더하면서 주요 사업은 사면초과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여기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등에 대한 검찰 수사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로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튀면서 이 부회장 외에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만한 조직이 없는 상황이다.
새로 취임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의혹에 대해 "흔들림 없이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만약 현 상황에서 삼성 등 대기업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 할 경우 대기업 전반의 투자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세·인건비 부담에 화평법 등 각종 규제까지 묶여있어 대기업들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총수 공백까지 발생하면 기업 투자는 얼어붙고 협력사들은 생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