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운명의 판결'를 사흘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대법원 상고심 판결에 따른 후속 대책 준비에 전념할 것이라는 재계의 예상과는 달리 예고한 일정을 꿋꿋하게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거취보다 '퍼팩트 스톰' 급 경영위기를 지켜낼 마지막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삼성과 이 부회장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풀이도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 방문해 사장단 회의를 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과 미래 신기술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동훈 대표이사 사장, 김성철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 남효학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 곽진오 디스플레이연구소장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아울러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최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 생산 라인도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업장을 직접 찾은 것은 중국 패널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임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미래 혁신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당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며 "지금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며 "기술만이 살 길"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자동차와 VR(증강현실) 기기에 쓰이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등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도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삼성전자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평택사업장(9일), 광주사업장(20일)을 찾은 데 이어 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까지 방문해 전자 계열사 밸류체인을 점검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달 초 사장단 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한 바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로 삼성전자 사업지원 테스크포스(TF)가 사실상 기능을 못하는 가운데, 최근 여러 대·내외 경영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책임경영의 사명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