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 패망사

존 롤런드 지음/박병화 이두영 옮김/글항아리 펴냄


일본의 태평양전쟁 도발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몇 개 있다. 그 중 일반 대중들도 의아해하는 것은 일제가 왜 질 것이 뻔한 전쟁을 시작했느냐는 점이다.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미 해군의 예봉을 처음부터 꺾어놓으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계산은 초등학생 정도도 '순진한 것'이었다는 점을 안다. 미국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당시 일제가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제국 패망사'(원제 The Rising Sun)는 그 이유를 캐들어 가는데, 정말 믿어지지 않는 답을 내놓는다. 일제 군부가 '요행'을 바랐다는 것이다. 전쟁을 요행을 바라고 벌렸다니. 당시 일제 군부는 해군과 육군 간 알력이 심대했다. 좀 과장된 얘기겠지만, 주요 정보를 육군과 해군이 서로 상대방에게 주느니 차라리 적군에게 준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당시 내각 총리가 해군 사령관에게 미국과 전쟁을 하면 승산이 얼마나 있냐고 묻자 처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우세하겠지만 그 뒤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런 해군의 미지근한 태도에 육군은 전쟁을 강하게 주장한다. 그러자 그에 질세라 해군도 속마음을 숨기고 전쟁불사를 주장한다. 저자는 태평양전쟁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일제가 지고 들어갔다고 단정한다.

책은 1931년 만주사변부터 1945년 8월 일제의 항복까지 15년간 서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전쟁을 마치 무대 위 연극이 상영되는 것처럼 실감나게 설명한다. 이 책의 특징은 첫째, 전쟁 전개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통사적으로 묘사한 점, 둘째로 방대한 자료와 수많은 관련 인물의 인터뷰로 사실에 입각한 점, 셋째는 당시 일제 최고 수뇌부의 움직임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점, 넷째로 전쟁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명한 전쟁사학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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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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