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RC교육원장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RC교육원장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RC교육원장
필자가 대학생일 때인 40여 년 전 소성역학을 가르치는 김동원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거의 매번 "일본을 따라 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어찌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여러 번 말씀하시던지 수업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그 말씀만 기억난다. 그 때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산업은 거의 어린아이 수준이었다. 반도체는 시작도 하기 전이고 자동차도 도면 들여다가 생산하기도 벅찬 시기였다. 그런데도 그 분은 왜 그런 말씀을 하셨고 그 말씀을 들은 필자 같은 학생들은 어떻게 그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생각을 하였을까?

그 밑바탕에는 한국 국민에 대한 신뢰와 자긍심이 있었고 '하면 된다'라는 희망이 있었다. 또 학생들은 경험하지 못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정신으로 차 있었다. 그로부터 40년 후 일본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완전히 추월당하였고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는 야비한 짓이나 하고 있다. 아마도 이를 통해 한국 산업의 숨통을 조이려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이 시점에서 일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물론 필요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과연 우리의 미래 40년은 어떻게 계획하고 추진해나가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일본과 관련해서 산업을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 이야기 하려 한다. 첫째가 대형 장치 산업, 둘째가 중형 소재부품 산업, 셋째가 벤처산업이다. 장치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반도체,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화공 분야에서 이미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이 워낙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쟁쟁한 기업들이 있어 더 노력이 필요하지만 국내외 인재들이 모이고 수소연료자동차에 대한 개발은 물론 해외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져 충분히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문제가 있다. 현재 일본의 수출 규제에서 문제가 들어나듯이 소재, 부품, 정밀화학, 정밀기계 등 핵심적인 산업에서 열세인 면이 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발 빠르게 KAIST,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기술지원단을 만들어 중소기업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 지원을 시작하였고 정부도 연구 자금을 대거 투입할 예정이어서 빠르게 일본의 영향을 줄일 수 있겠다는 희망이 든다.

하지만 이런 대응 방식으로 일본에 대한 장기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추구하느라 꾸준히 한 분야를 팔 수 없었던 한국 기술 연구의 한계가 있다. 거기다가 20년 전부터 공대 교수들의 평가에 등장한 '저널 페이퍼'라는 유행이 그동안 공대 교수들의 연구를 현장 중심이 아닌 논문 많이 쓰기 중심으로 몰고 온 경향이 있다. 이제라도 공대 교수들이 현장과 밀착해서 연구 개발할 수 있도록 평가 제도를 수정하고, 관심있는 한 분야를 수십 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지원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이 조치만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역전시키기는 어렵다. 한국이 더 이상 일본에게 의존하지 않고 오히려 일본이 우리에게 자신들의 제품을 사달라고 애원하게 하려면 새로운 분야에서의 승부가 필요하다. 이 분야가 바로 벤처 분야이다. 한국 국민의 도전적 정신과 변화에 쉽게 적응하는 특성에 잘 맞는 분야이다. 최근 아쉽게도 이민화 교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그 분이 국내 벤처계의 대부 역할을 하며 젊은이들에게 벤처에 도전하도록 격려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드는 등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뒤에서 애쓰신 것으로 알고 있다. 수년 전부터 4차 산업 혁명에 대해 어떻게 대비할 지에 대해 강연도 열성적으로 하셨다. 미래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예견해서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귀감이 되셨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와 도쿄대의 창업 관련 뉴스를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서울대 벤처회사가 30개사인데 도쿄대가 335개사라고 하니 10배가 넘는다. 거기다 상장사는 도쿄대가 10개사인데 서울대는 없다고 하니 국내 벤처 분야의 큰 변화가 필요함을 통감한다.

세계의 발전은 한 국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원전의 중국, 이슬람이 번성한 아랍, 유럽의 산업혁명, 2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 70년대의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은 다시 중국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는 인도, 아랍으로 또 언젠가는 아프리카로 가지 않겠는가? 이런 변화의 물결에 대응해 선진국은 주도권을 놓지 않고 기존 경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미국의 경제를 위해 전 세계와 싸움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일본도 한국에 경제 주도권을 넘기기 싫은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우리가 40년 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4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긍정적 정신'이다. 거의 무에서 지금과 같은 경제 성장을 이룩한 나라가 아닌가? 미래를 명확히 예측하고 새로운 도전에 방해되는 제도는 과감히 제거하고 사회 분위기를 도전하는 분위기로 바꿔서 한국이 세계를 리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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