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기준으로 글로벌 제조업 생산이 금융위기 이후 관측된 두 차례 수축 국면의 최저수준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는 양상이라는 평가다.
18일 한국은행은 해외경제포커스 '최근 글로벌 제조업 생산 부진 현황과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글로벌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부터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제조업 생산이 2011년 1월∼2013년 2월, 2014년 4월∼2016년 5월, 그리고 2017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총 세 차례 수축 국면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5월 기준 부진 정도는 이전 두 차례(2012년 수축국면, 2015년 수축국면)의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2012년에는 유럽재정위기 영향 등으로, 2015년에는 중국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부진을 겪었다.
수축 정도를 보면 올해 5월 글로벌 제조업 생산 증가율(3개월 이동평균)은 1.3%로 나타났다. 2012년에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0.5%까지 떨어졌고 2015년에는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에 0.9%로 나타난 바 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기준으로 보면 7월 기준 제조업 PMI는 49.5로, 첫째 수축 국면의 저점인 2012년 48.8보다 높지만 두 번째 수축 국면 저점인 2015년 50.2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축 속도로는 2012년보다 느리나 2015년보다 1.5배 정도 빠르게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5월 생산 증가율(3개월이동평균)의 월평균 하락폭은 0.16%포인트로, 2012년에는 0.27%포인트, 2015년에는 0.11%포인트였다.
업종별로 보면 기계장비와 자동차 부문이 부진을 주도했다. UN산업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기계장비 생산은 2012년 17.5%포인트 감소보다는 하락폭이 적은 5.6%포인트로 나타났지만, 2015년(-5.4%포인트)보다는 높았다. 자동차는 5.4%포인트 감소로 2012년 -9.3%포인트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2015년 1.8%포인트보단 악화했다. 한은은 "전체제조업 생산과의 경기동행성(상관계수)이 비교적 약한 자동차 생산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글로벌 제조업 생산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체계 약화 등을 꼽았다.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교역 위축과 함께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의 투자가 줄어드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 선진국과 신흥국간 분업체계 약화도 이를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 생산 증가율 둔화 폭과 속도는 2012년보다는 덜하지만 2015년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최근까지도 글로벌 보호무역기조가 지속되면서 세계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글로벌 제조업 생산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