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한국 수출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매출을 해외에서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에도 이 같은 해외 매출을 바탕으로 10조원에 가까운 법인세를 내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올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총 75조1881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국내(내수) 비중은 전체의 14.0%인 10조5220억원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64조6661억원(86.0%)은 해외에서 거둔 매출이다. 지역별로는 미주가 21조232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17조8139억원)과 아시아·아프리카(16조7128억원), 유럽(8조9066억원) 등의 순이었다.

올 상반기 한국의 총 수출액은 2713억3000만 달러(약 313조3800억원)였다. 직접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액은 한국 수출의 20.6%에 해당하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자회사, 현지 생산·판매법인 등을 제외한 국내 본사의 매출만 집계한 것이어서 해외 매출의 대부분은 수출로 볼 수 있다"며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처음 1%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최근에는 20%대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 등 자회사를 포함하면 비중은 더 커진다. 또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 계열사로 범위를 넓히면 국내 기업들 가운데 삼성 전자계열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압도적인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의 사업은 처음 먹거리에서 시작해 의류, 제조업 등의 순으로 점차 발전해 왔다. 1938년 창업할 당시 모태인 삼성상회는 창업 당시 자본금이 3만원에 불과했지만, 80년이 흐른 뒤 삼성 계열사 자산은 총 399조5000억원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모했다.

이는 고(故)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 등 경영철학을 3대에 걸쳐 이어온 결과물이다. 아들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현 주력 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손자인 이재용 부회장은 인공지능(AI)과 시스템반도체, 전장사업 등을 신성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해외에서 거둔 매출을 바탕으로 국내에 10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고 있다. 회사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인세 납부액은 9조5449억원(연결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조9720억원)보다 19.7%나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기획재정부가 잠정 집계한 상반기 국내 법인세수가 약 54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기업이 낸 세금으로는 엄청난 액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17조8000억원의 조세공과금을 냈는데, 이 가운데 86%를 한국에서 납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납부액과 한국 납부 비중 모두 역대 최고치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의 수출과 세수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른바 '사업보국'이라는 창업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다른 기업들도 신성장 사업을 키워 삼성과 반도체·스마트폰의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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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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