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속도의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2E D램' 개발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업계 최고속 HBM2E D램. SK하이닉스 제공
기술로 무역장벽 돌파하는 반도체 코리아
[디지털타임스 이미정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과 5G 이동통신 등 초연결 시대에 맞춰 영화 124편을 단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업계 최고 속도의 고대역폭 메모리를 선보였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극대화 해 시황 악화와 무역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속도의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인 'HBM2E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HBM2E는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HBM D램의 차세대 제품으로, 이전 규격인 'HBM2'과 비교해 속도를 50% 높였다.
3.6Gb의 처리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이 제품은 1024개의 정보 출입구로 초당 460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풀HD급 영화(3.7GB 용량) 124편을 단 1초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용량은 단일 제품 기준으로 16Gb 칩 8개를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로 수직 연결해 16GB를 구현했다. 회사 측은 초고속 특성을 갖춰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해 머신러닝과 슈퍼컴퓨터, AI 등 4차 산업 기반 시스템에 적합한 고사양 메모리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고 소개했다.
HBM은 메모리 칩을 모듈 형태로 만들어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통상적 방식이 아니라 칩 자체를 GPU와 같은 로직 칩 등에 수십㎛(1㎛는 100만분의 1m) 간격으로 가까이 장착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TSV 기술을 적용한 HBM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고, 2014년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면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5G 시대 개막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관련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하락 등 여러 악재를 기술 경쟁력으로 정면 돌파하는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사장)의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4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메모리 수요 둔화 등 어려운 사업환경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럴수록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11년 만의 감산 계획을 내놓은 SK하이닉스는 대신 128단 1Tb TLC(트리플레벨셀) 4D 낸드플래시를 처음 공개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전준현 SK하이닉스 HBM사업전략 담당은 "HBM2E 시장이 열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해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에서 리더십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