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장기화 하면서 경영진의 '말 실수'로 불매운동을 당하는 등 고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경영진의 말 한 마디에 불매운동의 주 타깃으로 지목되며 매출이 급감하는가 하면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직원 700여명을 불러모아 문재인 정부의 대 일본 정책을 비난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여준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영상에서는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 등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콜마 불매운동'이 거세게 벌어졌다. 한국콜마가 납품하는 화장품 브랜드를 공유하는가 하면 지난해 인수한 CJ헬스케어의 제품까지 불매 상품 리스트에 올렸다. 사태가 악화하자 윤 회장은 전날 사과와 함께 사퇴를 발표할 수 밖에 없었다.

맥주와 함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상징이 된 유니클로 역시 초기 임원 대응이 문제였다. 일본 유니클로의 오카자키 타케시 패스트리테일링 CFO가 결산 설명회에서 "불매운동의 영향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 것.

발언이 알려지면서 유니클로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업계에서는 한국 유니클로의 7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하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 결제 이용자 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모바일 앱 이용자 수도 30% 급감했다.

최근에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가 문제가 됐다. DHC는 당초 불매운동의 주 타깃은 아니었다. 하지만 DHC의 자회사인 DHC텔레비전이 방영한 정치 프로그램에서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됐다" 등의 혐한 발언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잘가요DHC' 해시태그 캠페인을 SNS에 펼치자고 제안하는 등 본격적인 불매운동이 펼쳐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SNS의 발달로 부주의한 발언이 눈 깜짝할 사이에 확산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는 사실을 경영진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단 발언을 한 다음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겉잡을 수 없이 퍼지는 만큼 자신의 경솔한 발언이 회사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일 갈등에 대한 개인의 판단과는 별개로, 경영진이라면 자신의 발언이 공론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임원진들이 SNS의 무서움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경영진의 말실수로 불매운동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부적절한 영상을 직원들에게 시청하게 한 사실이 알려져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연합뉴스>
경영진의 말실수로 불매운동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부적절한 영상을 직원들에게 시청하게 한 사실이 알려져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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