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며 '한미연합훈련이 터무니 없고 돈이 많이 든다. 마음에 든 적 없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휴전' 중인 상대는 치켜세우고 동맹국과 실시하는 연합훈련을 폄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에는 이미 한미동맹이 사라진 것 같다. 북이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라며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은 미국 대통령까지 자위권 차원의 미사일 시험임을 인정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지휘소연습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북이 대화에 나간다 해도 철저히 조미(미북)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남북대화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편지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될 때 시험발사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연거푸 쏘아대며 위협하면서 대화의 상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고 한다. 6월 판문점 남북미 수뇌 3자 회동 이후 잠복했던 북의 통미봉남(通 美封南)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심지어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란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가며 북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작년 6·12 싱가포르 미북 회담까지는 역할을 했을지 모르지만, 이후 문 대통령의 중재가 힘을 발휘한 적은 없다. 북의 통미봉남은 한국을 소외시킴으로써 더욱더 북에 대해 저자세로 나오도록 하는 계략일 것이다. 문 정부가 '패싱'을 안 당하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상응한 조치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안보를 뒷전에 두니 무시를 자초하는 것 아닌가.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합연습 마저도 포기하면 한미동맹은 사실상 와해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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