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서울대 교수(55)가 차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됨에따라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에 이어 재벌개혁 기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그가 풀어야 할 숙제로 재벌개혁과 대·중소 기업 간의 갑질 근절 등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가 산적해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1일 청와대 및 학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된 조 후보자는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 못지 않은 재벌전문가로 꼽힌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재벌 규제와 경쟁정책을 연구해왔다. 그는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밝힌 소감에서도 "재벌개혁도 공정경제도 (둘 다) 중요하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임 공정거래위원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재벌개혁 운동의 전면에 등장했던 것과는 달리 조 후보자는 주로 학계에서 활동 해왔다. 조 후보자가 쓴 논문 등을 살펴보면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을 유도해야 하는 필요성이 여러차례 강조되고 있다.
조 후보자의 재벌에 대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최근의 논문은 지난 2012년 공정경쟁연합회가 발간하는 '경쟁저널'에 게재된 '대규모 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이다. 이 논문에서 조 후보자는 "1997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재벌의 성장이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이끌었던 관계가 유지되었다"면서도 "위기 이후에는 두 부문 간의 관계가 약해지지고, 장기적으로 기업 생태계의 건전성이 훼손되거나 재벌의 성과에 따라 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그는 "정부는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재벌과 중소기업의 탈동조화 또는 양극화를 완화시키면서 균형성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력이 집중된 대기업 또는 재벌기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가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 내정자는 논문에서 "모바일폰에서 전 세계를 석권한 핀란드의 노키아가 새로운 스마트폰에 대응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리자, 핀란드의 경제 전반도 어려움을 경험했다"면서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건전성과 기업생태계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다양한 창의적 기업들이 시장에서 생성되고 혁신을 주도하고, 성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동생'에게는 법 적용이 엄격하다"면서도 "특혜를 받아 성공한 가난한 집 '맏아들'에게는 사회적·도덕적 책임은커녕 법적 책임조차 제대로 묻지 않는다면 '동생'들의 실망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재벌과 대·중소기업 간 균형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2003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시절 낸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정책의 평가 및 과제'에서는 "경제력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장규율을 통해 치유하기란 그 효과가 매우 더디다"면서 "정부가 한시적으로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반드시 공정거래법이 재벌을 규제할 당위성은 없지만 증권거래법이나 상법에서 못 다루는 영역이 존재하므로 재벌문제를 다루는 법률은 독자적으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충북 청주(55세) △충북 청주여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미국 뉴욕주립대 조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고려대 경영대 교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
조성옥 차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제공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소감을 말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