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한일간 경제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대 조선사 출범을 위해 준비 중인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 작업에 일본이 제동을 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 일본 등 각국 경쟁 당국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신고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현재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게 일본 당국의 심사다. 애초 업계는 해운업이 강한 EU가 발주처 권익 침해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한일관계 악화로 양국이 전면전 수위를 높이면서 조선업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일본 측이 수차례 국내 조선업을 겨냥한 사례도 있는 만큼 쉽사리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이토 다모쓰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대해 "압도적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각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합병을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작년 11월 일본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이 지원받은 공적 자금 약 12조원으로, 저가 수주를 하며 시장 가격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조선해양이 대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일본에 관련 서류 제출을 연기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작 전문가들은 일본 측이 반대 의사를 표명해도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박사는 "일본에 수출한 제품이 많으면 문제지만, 거의 없다"며 "중장비, 모터 등 대부분 일본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수출할 게 없으며 그렇다고 (일본이)배를 많이 발주를 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일본이)기업 결합 승인을 안 하면 그 나라에 배를 안 팔면 된다"며 "일본 선주로서는 대안이 삼성중공업밖에 없어지는 셈인데, 그러면 가격협상에서도 불리해지며 국내 업체 간 담합도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반대할 경우 스스로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을 배제하더라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꼬이게 된 상황은 원치 않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다른 국가와 진행상황에도 여파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 일정에 맞춰 잘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 승인 등의 안건을 통과시키고 있는 모습. <현대중공업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