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존도 높아 산업전반에 영향
화학 집중관리품목 40여개 달해
통관 까다로워지면 수급차질 우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일본이 반도체 다음 타깃을 자동차용 배터리나 화학제품을 겨냥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배터리는 반도체에 이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제품이고, 화학제품은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일본의 추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체수입처를 발굴하거나 국산화율을 높이는 등 나름의 대비를 해와 중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며 "분리막 등 자동차용 배터리 소재는 예전부터 원료 다변화 노력을 이미 해왔다"고 말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2차 조치의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셀을 감싸는 파우치, 양극재와 음극재를 접착시키는 고품질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등은 일본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알루미늄 파우치는 일본의 DNP와 쇼와덴코가 대표적으로 전세계 점유율 7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율촌화학이, 중국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파우치를 제조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용은 일본제품을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런 품목이 수출통제 대상이 되면 영향이 불가피해진다"며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대체품을 찾지 못할 경우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 통제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며 "일본의 소재 공급 업체들도 한국 의존도가 80%가 넘어 회사가 휘청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4대 소재로 불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은 일본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이 경북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도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 중 하나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생산라인을 조기 시험 가동하며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속해서 소재 이원화 전략을 취해왔으며 일본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알려졌다.

화학업계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화학공업 또는 연관공업의 생산품의 지난해 대일 수입액은 5억40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98.4%에 달한다.

정부도 백색국가 제외로 가장 영향받을 업종 중 하나로 화학을 지목했다. 정부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면서 통제할 수 있는 857개 품목 중 159개를 집중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는데 이 가운데 화학제품이 40여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는 일본산 제품의 수입 절차가 복잡해지고 통관이 까다로워지면 당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1차 타깃이었던 반도체 소재와 같은 사태가 재현되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동, 미국, 중국 등에서 대체 수입처를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일본 기업들이 국내 화학기업과 다양한 합작·협력 관계에 있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지진 등의 여파로 주요 화학제품의 생산공장을 한국 등 다른 나라로 옮기는 중이다. 정유업계는 일부 일본산 촉매제를 쓰고 있지만 대체 가능한 항목이어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파악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톨루엔이나 자일렌 등 일부 원료의 경우 수입물량 중 한일 합작 회사에 투입되는 물량이 대부분이어서 수출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구매가 가능해 조달도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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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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