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막 닻올린 민관정 협의회…대응 전략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가 31일 공식 출범했다. 협의회는 무엇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부당하고 부적절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기업 피해 최소화와 함께 일본의 경제보복 공격대상이 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이날 국회에서 1차 회의를 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협의회 공동 의장으로 선출했다.

홍 부총리는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7가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먼저 "일본이 특정국가를 겨냥해 수출규제 조치를 한 것은 매우 부당하고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모든 참석자의 의견이 일치했다"며 "일본 정부가 부당한 3대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고 양국 간 협의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협의회는 일본이 오는 2일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한 조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일본이 예정대로 한국을 리스트에서 배제할 것에 대비해 빈틈없이 대응방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협의회는 일본과의 외교적 해결법을 찾는 동시에 국제 공조도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기로 했다.

협의회는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데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기업은 부품과 소재 등 재고를 확보하고, 수입선 다변화, 설비 신·증설 등 공급 안정화에 노력하고, 대·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상생협력해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R&D 지원을 비롯해 다각적으로 예산과 세제, 금융 등을 지원하고, 정치권은 입법 등 제도개선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협의회는 궁극적으로 한국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의 근본을 강화하는 항구적 대책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대로 핵심부품·소재·장비 등 기술개발에 1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을 포함해 관련 산업 활성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기로 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소재·부품·장비·인력 발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모든 참석자들은 지금의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노동, 경영, 정치권, 정부 모두가 국익이라는 큰 뜻 아래 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협의회는 구체적인 협의회 운영과 효율적인 대책 마련에는 일부 이견을 보였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일본 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협의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외교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 정 위원장, 채 정책위의장, 윤영일 민주평화당 정책위의장,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 등 여야 5당 관계자들과 정부 측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 민간 부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자리했다. 한국노총·민주노총은 불참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