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무역협상단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 행렬이 30일 중국 상하이 와이탄 페어몬트피스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단이 다시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가 커 진전 없이 끝났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31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서 류허(劉鶴) 부총리를 포함한 중국 대표단과 협상을 끝내고 공항으로 향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협상 종료와 관련해 "소식이 있으면 바로 발표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미국이 충분한 신뢰와 성의를 보이고 평등과 상호존중, 상호양보의 정신으로 협상을 진행해야만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진전이 있었다는 증거는 지금으로선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에선 다소 강경한 입장으로 알려진 중산(鍾山) 상무부장의 역할이 전보다 눈에 띄었으며 일부 미국 대표단은 이에 대해 우려했다.
이날 협상은 상하이 시자오(西郊)빈관에서 열렸다. 미·중 무역협상은 이번이 12번째로 상하이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중국 언론은 재개된 협상 장소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쑹궈여우 푸단대학 경제외교센터 소장은 "상하이는 1972년 상하이 공동성명을 도출한 곳으로 무역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데 좋은 선택"이라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1972년 2월 28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는 상하이 공동성명으로 양국 관계 정상화의 토대를 닦았다.
쑹 소장은 "상하이는 중국의 금융 허브로 새로운 개혁개방 조치가 계속 시행되는 곳"이라면서 새로운 협상 장소는 중국의 개방 확대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천펑잉 연구원은 정치적 분위기가 강한 베이징에 비해 상하이는 비즈니스 중심지라고 말했다. 그는 "치고받기 식의 무역전쟁이 오래 이어진 뒤 양측은 상대방이 무슨 카드를 가졌는지 알았으며 상대에 대한 어떤 환상도 없다"고 말했다.
양측이 협상을 재개했지만, 핵심 이슈가 그대로 남아있고 입장차도 커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낮다.
천 연구원은 "이번이나 다음에 협상을 타결하기는 쉽지 않은 절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무역협상 자세는 미국의 끊임없는 태도 변화 때문에 비교적 강경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추가 관세의 완전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종소리'(鐘聲·종성) 평론에서 미국을 향해 "중국과 이야기하고 싶으면 성심성의껏 이야기하고 공연히 시비 걸지 말라. 좋은 결과를 얻고 싶으면 양국이 큰 공동의 이익이 있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이 재개됐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어 양쪽 모두 상대방이 호의의 행동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